사회 사회일반

現정권 의혹은 기각, 적폐 낙인땐 발부... 영장판사들 靑 눈치?

■법원 영장발부 논란

前 환경 장관서 조국 동생까지

檢수사 靑 향할땐 번번이 제동

MB·朴정부 비리·사법농단 등

前 정권 사건은 여지없이 구속

"영장판사, 정치·권력형 사건은

정무적 판단 고려 안할수 없을 것"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52)씨가 지난 9일 예상 밖으로 구속을 피하자 영장판사들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비리, 사법농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의혹 등 청와대가 청산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사건에 대해 여지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버닝썬,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조 장관 일가 의혹 등 현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사건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건다는 의심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11일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 친동생 조씨에 대한 명재권(52·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두고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공범이 모두 구속된 사건의 주범이며 심사를 미루려다 강제구인을 당하고 심문도 포기한 인물이 구속을 피한 게 이치에 맞느냐는 논란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심사를 포기한 32명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구속됐다. 서면심사만 진행했는데 휴일 오전2시20분이 넘어서 결과를 낸 부분도 특이점으로 꼽혔다.


조씨 논란을 계기로 법원이 지금껏 정권을 의식하며 영장 판단을 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은 법조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명 부장판사를 비롯해 임민성(49·28기), 신종열(47·26기), 송경호(49·28기) 부장판사 등 4명이다. 서울중앙지법은 본래 영장전담판사를 3명으로 유지하다 지난해 사법농단 사태 때 ‘제 식구 봐주기’ 논란이 일자 5명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9월과 10월 검찰 출신인 명 부장판사와 임 부장판사가 새로 보직을 받았다. 같은 해 9월13일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 때 “(사법농단)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고 전후로 이뤄진 조치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정부가 적폐로 낙인찍은 사건의 핵심인물들을 빠짐없이 구속시켰다. 임 부장판사는 보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사법농단 ‘키맨’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 역시 올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헌정 사상 첫 구속영장을 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사태가 일단락되자 올 2월 영장전담판사 수를 4명으로 줄였다. 신 부장판사와 송 부장판사는 이때 합류했다.


명 부장판사와 신 부장판사는 아울러 지난해 10월과 올 5월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공작 지휘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박근혜 정부 때 총선 불법개입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 대해 각각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두 판사는 김학의 사건의 주인공인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해서도 나란히 구속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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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 정권의 심장부를 겨눌 만한 사건에 관해서는 주변 인물 구속으로 여론을 환기시킨 뒤 핵심인물은 대부분 풀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닝썬 사건의 경우 가수 정준영·최종훈씨, 이문호 버닝썬 대표 등은 구속됐으나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 총경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받던 가수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는 올 5월 신 부장판사로부터 영장 기각 판정을 받았다.

윤 총경은 2017년 7월~2018년 7월 조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그가 접대받은 정황도 민정수석실 파견 시기에 집중됐다. 만약 당시 승리와 유 전 대표가 구속됐다면 윤 총경에 대해서도 영장이 청구되고 청와대 개입 문제도 수사선상에 올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거인멸이 염려된다”는 윤 총경이 구속된 것은 5개월이 지난 이달 10일이었다.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올 3월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기각 판정을 받았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검찰 수사가 청와대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참이었다.

서울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판사들이 일관된 기준으로 영장을 발부·기각하는지는 예전부터 의문”이라며 “정치·권력형 사건의 경우는 아무래도 정무적 판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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