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쎄타2GDi 엔진이 탑재된 차량을 보유한 고객들에게 파격적인 보증과 보상을 결정한 것은 몇 년을 끌어온 소비자들과의 논란을 끝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내외 법정에서 소비자들과 대척하고 있는 불편한 상황을 종식해 고객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현대차(005380)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품질 최우선 경영’을 강조해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품질논란을 끝내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품질·안전·환경과 같은 근원적 요소는 한 치 양보 없는 완벽함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쎄타2GDi 엔진은 현대·기아차(000270)가 자체 개발해 지난 2007년 출시한 후 2009년 개량형이 나왔다. 쏘나타·그랜저·K5 등 현대·기아차의 주력 제품에 주로 탑재될 만큼 대표적인 엔진이다. 하지만 이후 엔진 내부에서 심한 소음이 나고 주행 중 엔진 꺼짐이 발생했다. 일부 차량에서는 엔진 문제로 추정되는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졌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세타2GDi 엔진이 탑재된 차량 47만대를 리콜했다. 2017년에는 미국에서 추가로 119만대를 리콜했고 국내에서도 같은 해 2017년 17만대를 리콜했다. 업계에서는 약 200만대에 달하는 리콜로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쎄타2GDi 엔진 결함의 원인은 현대·기아차 조사결과 크랭크 샤프트라는 엔진 부품에 오일 공급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금속 이물질이 생겨 소착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기아차는 2013~2014년 이 같은 원인을 발견해 자발적인 리콜에 나섰으며 공정도 개선했다.
적극적인 리콜과 기술적 개선은 완료했지만 성난 소비자들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에서는 쎄타2GDi가 탑재된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이 결함을 숨긴 채 차를 팔았다며 연이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에서도 YWCA가 같은 이유로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현대·기아차를 고발했으며 검찰은 품질 담당 전직 임직원들을 불구속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제작사가 결함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 조치해야 한다.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대·기아차가 수년간 골치를 썩여왔던 쎄타2GDi 엔진에 대해 이번에 파격적인 보증 및 보상안을 내놓은 것은 고객 만족을 위한 적절한 보상을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우려와 불만을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해묵은 품질논란을 털어버리고 정 수석부회장 체제에서의 새로운 품질경영에 나서려는 포석이다. 현대·기아차가 ‘엔진 평생 보증’이라는 파격적인 조치에 나선 것은 오히려 ‘품질에 자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쎄타 엔진 문제가 불거질 때 보증기간을 10년 19만㎞로 연장하는 방법을 택해왔지만 이번에 아예 평생보증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며 “찔끔찔끔 보증기간을 늘리느니 아예 엔진을 폐기할 때까지 성능을 보장하는 전략을 써서 시장에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고객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단기적인 재무부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쎄타2GDi 엔진으로 불편을 겪었던 고객들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통해 장기적인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번 조치로 현대·기아차의 단기적 재무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 3·4분기 현대차는 1조2,000억원, 기아차는 5,12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총 9,000억원(현대차 6,000억원, 기아차 3,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3·4분기에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하기로 한 만큼 영업이익은 예상치의 반토막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투명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해 장기적인 관점의 브랜드 유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조치로 소비자보호와 품질을 우선시하는 회사의 노력이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