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가 100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아비 총리를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와 오랫동안 국경분쟁을 벌여온 이웃 에리트레아와의 화해를 주도한 공로가 높게 평가됐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아비 총리는 임기 초반부터 진영 논리에 얽매이기보다 포용적인 정책으로 통합에 집중했다. 정치범과 구속 언론인을 석방한 데 이어 야권·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 사법·안보 분야의 제도적 개혁을 추진했다. 그는 내각 절반을 여성으로 채워 양성평등을 구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기후 변화 예방을 위해 에티오피아 전역에 나무 수백만 그루를 심는 등 다양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내부 통합뿐 아니라 에티오피아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에리트레아와의 갈등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수십 년간 유혈 분쟁을 이어왔다. 에리트레아는 1952년 에티오피아에 합병됐다가 30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독립했으나 1998∼2000년 국경을 둘러싸고 전쟁이 벌어져 양측에서 7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분쟁 종식을 위해 적극 나선 아비 총리의 노력으로 2018년 7월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과 전격적으로 양국 간 종전을 선언할 수 있었다. 이로써 1998년부터 20년 가까이 이어진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국경 전쟁이 끝을 맺었다. 같은 해 8월에는 또 다른 앙숙 국가였던 소말리아와 관계개선에 합의하고 무려 41년 만에 민항기 운항을 재개하기도 했다.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종전 합의에 이어 수단 과도정부 수립을 위한 중재 등 아프리카 내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서쪽 접경국인 수단과 남수단 분쟁에도 뛰어들어 올해 3월 아페웨르키 대통령과 함께 남수단을 방문해 동아프리카 평화를 위해 손을 맞잡기도 했다. 수단 군부와 야권 간의 협상도 중재해 지난 8월 권력이양협정 서명식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동아프리카의 평화 전도사로 불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 알로 영국 킬대학 부교수는 CNN방송에 “그는 에리트레아 문제를 매우 용기 있고 뛰어나게 다뤘다”며 “가족들이 다시 만나고 양국 간 항공편도 복구됐다. 지난 20년간의 관계가 재설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비 총리는 8월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의 관계가 남북관계와 흡사한 면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며 “정치·안보 환경을 개선했고 마찬가지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의 정치·안보 환경 개선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주시기를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의 관계가 개선됐던 것과 마찬가지의 그런 성과가 한반도의 남북관계 간에 목도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이며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경제를 보유하고 있다”며 “노벨평화상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중요한 일을 하는 아비 총리의 역할이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