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충격에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중국 경제를 짓누를 수 있는 디플레 염려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값 등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급등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이는 물가불안을 부추길 수 있어 중국 당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동월보다 1.2% 하락했다. 전달(0.8% 하락)보다 하락폭이 더 커진 것이다. 중국의 월별 PPI 상승률은 7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원자재와 중간재가격·제품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등 경제활력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표 중 하나로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인 것은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의 PPI 부진은 안팎의 수요가 약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일 공개된 9월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2% 감소한 것을 비롯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가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PPI가 하락 추세인 것과 반대로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급등하는 추세다. 9월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높아졌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2.9%)와 전달(2.8%) 수치를 모두 웃도는 것으로 2013년 10월(3.2%) 이후 근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런 CPI 상승률은 중국 정부가 연초 제시한 소비자물가관리 목표(3%)에 육박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민생안정 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69.8% 폭등하는 등 식품가격이 11.2%나 올랐다. 돼지고기 공급 부족으로 소고기(18.8%), 양고기(15.9%), 계란(8.2%), 과일(7.7%), 수산품(2.9%) 가격 등도 상승 폭이 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물가불안 우려에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어려워져 중국 당국의 선택의 폭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