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기 주52시간 시행 연기 적극 검토해보라

경제단체들이 내년 1월 30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될 주 52시간 근로제를 놓고 ‘처벌유예’ 대신 1년 이상 미뤄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그제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에서 “시장에 부담이 간 노동정책에 대해 세밀하고 촘촘하게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며 처벌유예 등 보완책을 시사했지만 미봉책에 그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호소다.


주 52시간제는 그간 시행과정에서 대기업조차 큰 혼란을 겪을 만큼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선진국처럼 업종이나 직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유연 근무가 가능해야 하는데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밀어붙이니 탈이 나는 게 아닌가.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대상 기업의 56%가 준비가 안 돼 이대로라면 적지 않은 기업인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판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로서는 설령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고 해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옴짝달싹 못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탄력근로제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 관련 법안은 국회에 발이 묶여 있으니 기업인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경제단체들이 “제도 시행을 1년 이상 유예하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 52시간제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아직 준비가 덜됐으니 시간을 좀 더 달라는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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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 수출 부진 등으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다 화학물질관리법 등 각종 규제로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사업하기 힘들어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면서 지난해 중소기업 해외직접투자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겠는가.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 터에 충분한 보완책 없이 시행을 밀어붙인다면 벼랑 끝에 서 있는 경제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고집을 버리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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