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39%로 내려앉은 것은 장기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상황 탓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민심이 일부 이탈한데다 경기 한파까지 겹치면서 ‘국정수행을 위한 마지노선’인 40%대마저 속절없이 무너져내린 것이다. 문재인 정권 지지율 상승에 지렛대 역할을 해온 남북관계 개선, 북핵 문제 등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지율 하락에 한몫했다.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까지 찬바람이 불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에 하강 기류가 나타난 터라 현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 제시 등 국정쇄신이 절실하다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18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6~7월까지만 해도 40% 후반을 달렸다. 46~49%를 오가는 안정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8월 넷째주(45%)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8주 만인 10월 셋째주에 39%로 떨어졌다. 9월 3주(40%)를 기점으로 다시 조금씩 살아나는 듯했으나 결국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54%로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올랐다. 이들 응답자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부정적 시선을 보낸 이유로는 ‘민생 문제 해결 실패(25%)’가 1순위로 꼽혔다. 이는 지난주 조사와는 다소 다른 흐름으로 당시에는 부정평가의 첫번째 요인이 ‘인사 문제(28%)’였다.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6%)’은 두 번째 요인이었다. 조국 사태가 다소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민적 화두가 점차 경제·민생 문제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정치 전문가들 역시 경기침체를 가장 큰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사태라는 촉발 요인에 경제 붕괴라는 핵심사안이 겹쳐지면서 지지율 하락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최근 축구경기에서 볼 수 있듯 남북관계 개선은 지지부진하고 한일관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마저 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조국 사태에 대한 실망감과 앞이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이 고스란히 민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 들어 24개월 이상 경기 하락이 이어지는 등 경기침체가 핵심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1997년 외환위기(28개월), 노무현 정권 시절(27개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긴 경기 하락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양 교수의 계산이다.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기침체가 중도층의 마음을 흔들면서 지지층 이탈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면 전환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 전반에 걸친 국정쇄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권에는) 검찰개혁이나 남북관계, 특히 경제가 살아나는 등의 모멘텀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양 교수도 “현재 문 대통령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세우는 것은 건설투자를 늘리라고 하거나 기업을 방문 격려하는 보여주기식 수준”이라며 “회복을 위해서는 인적교체와 함께 대안 제시 등 전반적인 국정쇄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도층 이탈이 현 정권에 100% 등을 돌린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에 따라 지지하지 않을 뿐 야권으로 흡수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도층이 이탈했다고 해서 보수진영으로 흡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정치에 대한 혐오증이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만큼 정치권에서는 기존 지지층에 신경을 쓰기도 어려운 때”라고 덧붙였다. 최근 각 조사기관의 지지율 추이가 다소 차이를 보이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조사 방법이나 응답자 연령, 남녀 비율 차이 등 불안정한 조사방식 탓”이라고 해석했다.
/안현덕·방진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