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최근 선보인 국내 첫 자율주행 배송차량은 미국 포드의 ‘트랜짓’을 개조한 ‘일라이고(eli-go)’다. 서울대 출신 연구원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와 손을 잡고 10개월 간 매달려 자율주행 레벨 3과 4 사이의 기술을 탑재했다. 일라이고는 여의도 지역 배송을 담당하며 아파트 단지 앞까지는 자율주행으로, 단지 내에서는 안전을 위해 수동으로 운전한다.
이마트 여의도점에서 일라이고를 직접 만났다. 차량 윗부분에 설치된 센서 ‘라이다’가 첫 눈에 들어왔다. 라이다는 도로의 모든 정보를 수집해 자율주행을 도와주는 장비다. 주행 중 전방 상태 등을 감지해 정보를 자율주행 시스템에 보내는 ‘첨병’ 역할을 한다.
드디어 일라이고가 출발했다. 액셀을 지긋이 밟자 핸들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일라이고의 속도는 안전을 위해 시속 30~40km로 제한했다. 국회 앞 도로를 지나다 교통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자 자동으로 멈췄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일라이고 운행 시간은 오전 11시30분, 오후 2시·4시다. 기자가 동승했던 시간은 오후 4시로 인근 중학생들의 하교 시간이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아니다 다를까 무단횡단하는 한 학생이 도로를 가로질렀다.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일라이고는 즉시 멈춰서 사고를 피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급격한 코너 구간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주행을 유지해 적재된 물건들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배송을 마치고 이마트로 돌아오는 길. 다시 자율주행으로 전환하고 주행이 시작됐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일라이고는 부드럽고 정확하게 정차했다.
일라이고 작업을 총괄한 최윤석 이마트 S-LAB 부장은 “여의도는 서울 시내 다른 지역보다 골목길이 적어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하기에 최적화된 곳”이라며 “토르드라이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수년간 주행테스트를 진행했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만큼 2주간 시범운행을 잘 마친 후 협업을 통해 기술을 더욱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