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노사갈등·실적악화·안전논란 등 ‘3중고’에 흔들리고 있다.
설립 이후 최악의 노사갈등을 겪으면서 조업 차질이 빚어진데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실적마저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연초부터 이어진 안전·환경 논란은 장기화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오는 24일 재개할 임단협에서 임단협 교섭을 재개한다.
노조는 이날 사측이 제안하는 안을 보고 쟁위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노조는 사측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며 지난 16~17일 이틀간 48시간 총파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이번 파업으로 인해 수백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이 다음주 교섭에서 납득할 만한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양재동(본사)으로 투쟁의 칼날이 향할 수밖에 없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5개 사업장(인천지부·광전지부·충남지부·포항지부·충남지부) 지회를 통합해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의 15% 지급, 정년연장(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 등을 요구한 상태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그동안 불문율로 적용돼왔던 ‘양재동 가이드라인’을 벗어나겠다는 입장이다. 양재동 가이드라인은 현대차·기아차가 타결한 임단협을 기준으로 현대제철 등 제조 계열사가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임단협을 타결해온 ‘암묵적인 지침’이다. 사측은 기본급 인상을 논의하기 전에 임금지급 방식과 체계를 바꿔 최저임금법 위반 먼저 해결하자는 입장이어서 노사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노사갈등과 더불어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실적악화에도 허덕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 2·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38.1% 줄었다. 철강제품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올 상반기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비용이 크게 상승한 탓이다. 여기에 조선·자동차 등 전방산업 경기 회복도 지지부진해 제품 가격에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금융투자 업계는 현대제철의 올 3·4분기 영업이익도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3·4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838억원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직전 분기보다 61.6% 감소한 수치로 기존 증권가 실적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역시 17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철강시장과 전방산업 위축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어 3·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해 올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위기가 우려된다”며 “노사가 함께 험난한 불황의 파고를 넘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환경·안전 문제 역시 현대제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제철은 2월 당진제철소에서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오염물질 배출로 논란이 일며 지자체로부터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5월 안전·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내부에 ‘안전·환경 자문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안전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문제는 시간이 다소 걸려도 분명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라며 “자문위원회를 통해 수렴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안전시스템을 재정비함으로써 향후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