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 사용하는 펜벤다졸 성분 구충제가 말기암 환자를 치료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펜벤다졸이 국내에서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현행법상 불법인 해외 직구가 횡행하고 있는데도 부처 간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파나쿠어(성분명 펜벤다졸)을 구매하는 방법을 알리는 게시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이 올라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 티펜이라는 노인이 파나쿠어를 복용하고 말기암이 완치됐다는 후기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국내 동물병원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해외 직거래나 SNS 등을 활용해 직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
국내 말기암 환자 카페나 유튜브에서는 인터넷 직거래를 파나쿠어를 구매·복용한 후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올리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후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 9월 23일 보건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물질로 사람에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며 암환자는 절대로 펜벤다졸을 복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복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동물의약품의 해외 직거래 자체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감독 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3년 8월 2일 사람용 의약품과 성분이 비슷한 동물의약품의 오·남용 문제와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수의사 처방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전문 동물의약품은 사람 대상의 일반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일선 약국이나 동물병원 등 오프라인 창구로만 구매할 수 있다. 정부 부처에 따르면 현재 사람용 의약품은 식약처가 관리 감독하고 동물의약품은 농식품부 소관이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메가톤급 악재가 연일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의약품 인터넷 거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 85조 특례에 따라 동물용 의약품은 농식품부 소관”이라며 “항암제 효과가 있다는 인터넷 후기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수히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항암제를 개발하려다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동물 구충제를 해외 직구를 통해 불법 구매를 하고 복용하는 것은 체력이 약한 말기암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