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기업의 올해 3·4분기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4·4분기에 대한 전망 역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제조업체 1,051개를 대상으로 설문해 20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4분기의 산업 시황 지수는 78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포인트나 줄었다. 매출 지수도 같은 기간 10포인트 감소한 78로 조사됐다. 특히 매출 지수는 올해 2·4분기(95)보다 17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만큼 매출 신장에 대한 기대치가 감소한 것이다.
다른 항목을 살펴봐도 전 분기 대비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감소 폭이 가장 큰 항목은 국내시장 출하, 즉 내수 지수로 전 분기 대비 12포인트나 줄어든 80이었다. 물건을 생산해도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예전만 못했다는 의미다. 경상이익(-10), 설비투자(-5), 수출(-4), 고용(-3) 등이 모두 하락했다.
업종별로 보면 신산업(95)만 100에 가까웠고 정보통신기술(ICT·77), 소재(77), 기계(76) 모두 100을 한참 밑돌았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전 분기보다 상황 개선을, 100 이하면 상황 악화를 의미하는 만큼 대부분의 업종이 현상 유지도 어려운 것이다. ICT 가운데서도 국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지수는 73에 그쳤고 가전 63, 자동차 74 수준이어서 주력 제조 분야의 위축 현상이 여전했다. 섬유(63), 일반기계(75) 등 최근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내놓은 종합대책에도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체감경기지수를 개선세로 돌려놓지 못했다. 신산업의 2차전지도 81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4·4분기 전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황은 전 분기(90)보다 3포인트, 매출은 전 분기(96)보다 8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내수(88)와 수출(96) 전망치는 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동반 하락하고 설비투자(94)와 고용(94) 역시 2분기 연속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업종별 매출 전망은 무선통신기기(102)와 바이오·헬스(105)에서만 100을 약간 웃돌고 나머지 업종들은 모두 100을 밑돌면서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ICT 부문의 가전(78), 소재 부문의 섬유(86), 기계 부문의 일반기계(83), 신산업의 2차전지(96) 등은 부진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