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낙순 마사회장 " 3馬1職 말산업...국민신뢰경영으로 승마저변 넓힐 것"

[서경이 만난 사람]

관련 종사자 1만5,000명...1~4차산업 아울러 잠재력 무궁무진

힐링·재활승마 등 공익활동 중심으로 한 수요 활성화도 주력

동남아와 인프라 제공 계약...美 등 14개국에 경마실황 수출도




“매출을 늘리자니 여러 제약이 따르고, 건전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매출이 줄어들어 좋은 경영평가를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경마라는 사행산업을 운영하는 공기업, 말이 달리고 돈은 사람이 버는 불황의 무풍지대, 최고 평균연봉의 신이 내린 직장…. 한국마사회 하면 많은 국민이 떠올리는 이미지다. 연간 1조5,000억원이 넘는 세금 납부 외에 농어촌 지원과 힐링 승마 시행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벌이지만 부정적 인식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김낙순(62) 한국마사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합법 사행산업인 경마 시행체를 이끄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마사회는 얼마 전 공기업 평가에서 하위권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최근 과천 한국마사회 접견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어느덧 충격을 잊고 건전화와 경영개선이라는 두 토끼 몰이에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당시만 해도 마사회를 둘러싼 환경은 상당히 어두웠다”고 돌아봤다. 당시 마사회는 승마와 관련한 국정농단 연루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미 건립해 운영하던 용산지사(화상경마장)는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었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도 지적 대상이었다. 3년 임기의 실질적인 절반은 쇄신의 기간이었다. 용산지사를 농어촌 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에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장학관으로 바꿨고, 비정규직이던 시간제 경마직 종사자들을 정규직화했다. 그는 “상당수 국민도 마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인지하고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사회가 특수한 설립목적을 달성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국민의 신뢰가 밑받침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입감소와 비용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조직과 경마의 건전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믿음을 잃으면 경마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강한 경계심이 읽혔다.

지난달 27일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선포한 새 경영방침의 뼈대도 ‘국민신뢰 경영’이었다. 세부 경영원칙으로 내세운 준수·공개·수용·건전 등 네 가지 약속은 모두 국민에게 맞춰졌다. 김 회장은 “수익성에서 공공성 위주로 경영방침을 옮기는 데서 더 나아가 독점적 사업자로서 고객 보호의 책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과몰입 같은 경마의 사회적 부작용을 예방하는 한편 말을 이용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경영과정에서의 준법·청렴도 강화뿐 아니라 경마의 부작용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겠다는 윤리적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마사회가 추구하는 ‘말을 이용한 사회적 가치 실현’은 ‘말 산업 육성’과 동의어다. 마사회는 국내 유일의 경마 시행체인 동시에 말 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 종합계획 수립부터 연구, 통계조사, 자격제도 운영 등 말 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김 회장은 “말 산업은 말 생산과 사육, 사료·장구·시설의 제조설비, 승마·경마·관광·교육·재활 등 1~4차를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지난 2015년 기준 미국 말 산업의 경제효과는 920만마리에 고용 264만명 등 115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말 산업 규모는 지난해 현재 3조4,200억원. 말 2만7,000마리에 종사자는 1만5,000여명으로 추산되며 발전 잠재력이 무궁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미국을 보면 말 3마(馬)1직(職), 즉 말 세 마리에 한 명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경주마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사들여 농가 소득과 관계가 별로 없었지만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 기준 국산 말 비율을 80%까지 늘렸습니다. 경주마 한 마리가 최저 2,000만원부터 거래되니 고부가가치 산업이 됐고 국가적으로 봐도 수입액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지요.”

승마 활성화는 말 산업 성장의 기반이다. 말 수요가 있어야 관련 산업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기준 정기적인 승마인구는 5만1,000여명인데 한 번이라도 말을 타본 체험 승마자는 76만명에 달한다”면서 잠재 승마 인구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했다. 마사회는 승마 인구를 늘리기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승마강습 10회에 비용 25만원을 지원하는 전국민 승마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국 도심 공원 10곳에 무료 승마체험 공간을 조성하고 14개교에 승마를 학교체육으로 도입하게 하는 등 승마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힐링 승마는 김 회장이 취임 이후 승마 확산의 도구이자 사회공익 활동의 하나로 중점을 두는 분야다. 마사회는 지난해 고위험직무 공직자인 소방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재활 승마를 실시했는데 고빈도 외상사건 경험 소방관 63명에 대한 삼성의료원의 추적연구 결과 ‘외상후스트레스 위험군’에 속한 인원이 31명에서 16명으로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1월부터 진행한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들 대상 재활 승마의 효과가 좋아 교정직 공무원들도 요청해왔다”면서 “힐링 승마는 승마 인구와 말·교관·관리자의 수요가 모두 늘어나는 효과가 있고 사설 승마장과 말 농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직 공무원에게 혜택도 돌아가는 만큼 매우 유용하고 가치가 큰 분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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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여가 트렌드의 변화로 경마 선진국들도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규제 하에 경마를 운영하는 마사회가 수입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취임 이후 해외사업에 역점을 둬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베트남 건설·레저 기업 DIC사와 맺은 경마사업 자문계약 체결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단순히 자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작 단계에서 한국 경마체계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마사회가 저작권을 가진 발매 장비와 관련 정보기술(IT) 인프라, 조교사, 경주로 관리인력, 잉여 국산 경주마 등을 지속적으로 수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베팅을 즐기고 경마를 시작하려는 나라들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한국 경마 실황 수출도 증가세다. 현재 미국·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 11개국에다 연말까지는 벨기에·독일·이탈리아를 더해 14개국으로 수출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경주마의 질적 향상과 해외 네트워크 강화가 한국 경마의 국제 경쟁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경매시장에서 우리 유전자 기술로 선택한 씨수말 육성 후보 ‘닉스고’가 미국의 2세마 특급 경주에서 준우승했고 올해 3월에는 서울경마공원 소속 ‘돌콩’이 세계 최고상금의 두바이월드컵 결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경마의 실적은 경주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경마공원 개방, 공원형 장외발매소 건설로 개선하겠다는 복안을 가졌다. 경주마의 기록 단축과 무단 출전취소 방지 등 박진감과 경주 수준을 높일 방책을 마련하고 주 4일의 비(非)경마일에는 농산물 장터, 각급 학교 소풍 등을 유치해 경마공원 입장객을 늘리기로 했다. 공원형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는 주민 생활 인프라와 연계할 계획이다. 설치 규제가 까다로운 도심을 벗어나 1,000평의 발매소를 허가하면 5,000평의 공원을 만들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형태다. 지자체는 설계 단계부터 개입해 노인회관 등 용도에 맞게 건설하면 200억원 이상 드는 생활시설이 들어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구성원들에게 ‘마사회는 국민들의 것이다. 국민의 신뢰 회복하자. 국민께 다가가자’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경마의 이면에 산업과 힐링 승마 같은 순기능도 하면서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새롭게 태어나고자 노력하는 마사회의 변화를 응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담=신경립 문화레저부장

정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He is…

△1957년 충남 천안 △1975년 천안농고 △2001년 서경대 철학과 △2004년 고려대 정책대학원 국제관계학석사 △2012년 서경대 대학원 문화예술학박사 △1995~2005년 ㈜영구아트무비 대표이사 △1995~2002년 제4~5대 서울시의회 의원 △2004~2008년 제17대 국회의원 △2016~2017년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문화예술관광학과 초빙교수 △2018년 1월~ 한국마사회 회장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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