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이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대내외에 알리는 행사를 앞두고 최고 경계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에 초청된 세계 170여개국의 전·현직 정상 등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요인경호 수요가 폭증하고, ‘천황제’에 반대하는 세력의 테러 가능성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21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도 도쿄를 관장하는 경찰청 산하 경찰본부인 경시청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경비본부’를 설치했다. 경시청을 이끄는 경시총감을 본부장으로 하는 최고경비본부가 출범한 것은 1999년 젠닛쿠 항공기가 납치돼 기장이 피살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는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시청은 이번 의식에 초청돼 방일하는 해외 요인을 경호하기 위해 처음으로 특별 경호업무를 전담하는 ‘SP부대’의 지원도 받는다. 경시청은 이번 행사가 열리는 고쿄와 해외 요인들이 묵는 호텔을 중심으로 경비인력을 증강 배치해 이달 초부터 이미 검문을 강화했다. 행사 당일인 22일에는 나루히토 일왕이 현재 거주하는 아카사카 지역과 고쿄 사이의 도로, 국회의사당, 총리 관저 주변 등에 총기로 무장한 ‘긴급 초동대응부대’(ERT)를 배치할 예정이다.
드론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 대처부대’(IDT)도 배치한다. 나루히토 현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 의식이 열렸던 1990년에는 천황제 철폐를 주장하는 세력의 게릴라형 테러가 일본 곳곳에서 143건 발생했다. 즉위 의식 당일에도 도쿄에서만 34건의 테러가 일어난 바 있다.
당시 124건의 테러 배후로 지목됐던 ‘주카쿠하’로 알려진 정치단체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전국위원회’는 2015년을 마지막으로 과격한 테러 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이 단체가 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상탄 8발이 사이타마 현의 한 창고에서 발견돼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즉위 선포 의식이 열리는 22일에는 주카쿠하를 비롯해 천황제에 반대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도쿄 도심에서 시위를 벌일 것으로 경찰은 예상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경찰 당국이 예전에 없었던 드론이나 차량 돌진에 의한 테러 가능성에 대비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시청은 22~23일 이틀간 고쿄 주변 도로의 통행을 통제하는 등 요인 이동 경로에 따른 교통 통제를 대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