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회의 독립성이 ‘미흡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총수 일가가 상장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 상황을 개선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내년께 본격화 될 것으로 봤다. 1차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면서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추가로 현대모비스(012330)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사회 독립성, 국내 30대 그룹 상장 평균보다 낮아”=21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현대차(005380)그룹’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상장 계열사 12곳 중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한 곳은 6월 말 기준으로 한 곳도 없었다”며 “국내 자산총액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비율은 평균 18.8%”라며 현대차그룹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소는 현대차그룹처럼 총수 일가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상장사는 내부거래 등 사익 편취 등을 견제가 어려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가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밖에 현대차그룹 소속 상장사의 이사회 사외이사 출석률(2018년 기준)은 평균 96.8%로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총 105건의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며 “이사회 기능의 활성화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전문 보수위원회가 설치된 계열사가 현대차증권 1곳 외에는 없다”며 “총수 일가가 최대주주와 대표이사로 있는 계열사는 위원회의 설치가 더욱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소는 현대차그룹 소속 상장기업 중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은 8개사로 그 비중이 66.7%로 30대 그룹 평균(45.2%)보다 양호하지만 부분별 핵심지표 평균 이행률은 45.8%로 30대 그룹 평균(52.6%)에 비해 열위한 수준이라고 봤다. 핵심지표 이행률 순위도 공시한 27개 그룹 중에서 21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이사회 부문의 이행률(29.2%)로 30대 그룹 평균(53.1%)보다 현저히 낮았다.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의결권행사 관련 제도(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도입 및 실시 현황은 국내 10대그룹 평균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모비스 분할·정 부회장 지분 매입 동시에 나서나=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및 기업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2020년 가시화가 예상된다고 봤다. 개편 시나리오로는 1차 지배구조 개편 때처럼 현대모비스를 사업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분할하고 주주권익 훼손 논란을 없애기 위해 두 법인 모두 상장을 유지하는 방식을 예상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로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다만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전체 지분(23.7%)을 정 부회장이 직접 지분을 매입하려면 총 5조5,000억원 가량이 필요한데 정 부회장 보유 상장 계열사 지분 가치(약 3조원)을 고려하면 2조5,000억원 이상이 부족한 상황이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나 현대건설과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 같은 다른 변수가 있지 않으면 현실성은 낮다고 봤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동시에 정 부회장이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도 제안됐다. 지난해와 달리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사업 회사를 상장한 상태로 현대글로비스(086280)와 합병할 경우 정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이 30.2%보다 낮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추가로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23.29%·약 1조3,000억원)를 제외하고 보유 중인 나머지 상장사의 지분 가치는 1조7,000억원으로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