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영상을 제작·방송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이젠 상대를 설득하려면 쉬우면서 친근하고 부드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스토리텔링이죠.”
지난 9월 출간된 《퇴근길인문학수업-연결》(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의 필자로 참가한 정창권(사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초빙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미디어 환경이 문자에서 영상으로 바뀌면서 스토리텔링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퇴근길인문학수업》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지난 7년간 운영해 온 인문학 강연 사업을 바탕으로 지난해 시즌1(멈춤·전환·전진 총 3권) 등이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올해 관계·연결 등 2권이 추가로 나왔다. 각 권마다 12명의 필자가 참가해 다양한 인문학 주제를 매주 하나씩 완독할 수 있도록 기획, 30~40대 직장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다섯 번째 출간한 ‘연결’편은 ‘인문학 어떻게 삶이 되는가’라는 테마 아래 각 분야 전문가들의 원고가 강연처럼 펼쳐진다.
‘이야기는 어떻게 산업이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원고를 실은 정 교수는 “스마트폰 하나로 촬영, 편집, 제작 공개 등이 가능한 1인 미디어 시대에는 과거처럼 상하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통하지 않는다”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형식은 이야기처럼 재미있고 편안해야만 한다. 스토리텔링은 말 그대로 어떤 스토리를 다양한 매체로 표현해 서로 교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어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강연을 할 때마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사람을 사로잡곤 했다”면서 “한때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도 잡스와 같은 이야기꾼 인재를 길러내자면서 스토리텔링 교육 열풍이 불었지만 뜨거웠던 관심이 계속 유지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진 이유를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주장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찾았다. 정 교수는 “인류문명이 발전하면서 시대별로 부가가치의 기반이 변해왔는데, 수렵채집사회에는 짐승과 열매가 인류를 먹여 살렸고,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는 정보가 인류의 생산토대이자 부의 원천”이라면서 “21세기는 꿈의 사회이자 감성사회인 만큼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책에서 스토리텔링을 사업과 연계하는 노하우를 비롯해 기업에서 스토리텔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그리고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 등을 소개한다. 정 교수는 “스토리텔링은 어떤 대상이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가공해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가치를 한층 높여주는 작업”이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텍스트, 영상 등으로 표현해 외부세계에 전달하는 신비한 마법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토리텔링을 기획할 때 잊어서는 안될 한 가지를 꼽으라면 진정성”이라면서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사실이 과장되거나 왜곡되지는 않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아무리 마법같은 이야기라고 해도 진실만큼 더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연구위원(문학박사) indi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