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잔루이지 누치는 이날 발간한 저서 ‘최후의 심판’에서 바티칸이 지난 2017년 3,200만달러(약 375억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4,390만달러(약 514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누치는 바티칸의 재정상태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티칸의 재정이 악화한 데는 기부금 수입 급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06년 1억100만달러(약 1,184억원)에 달했던 바티칸의 기부금 수입은 2016년 7,000만달러(약 820억원)로 줄었으며 현재는 6,000만달러(약 703억원)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악화일로 이유는
사제 미성년자 성추문 사건에
교회 위상 추락●기부금 급감
부동산 투자로 265억 손실도
기부금 감소를 비롯해 바티칸의 재정상태가 엉망이 된 것은 근래 들어 사제의 미성년자 성추문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며 가톨릭 교회의 위상에 금이 간데다 부동산 투자에서 손실을 본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바티칸 재무장관이었던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은 대주교였던 1996년 말 성당에서 성가대 소년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3월 기소돼 징역 6년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1940년부터 무려 70년에 걸쳐 1,000명 넘는 아동이 사제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펜실베이니아주 사법당국의 발표가 나와 가톨릭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여기에 바티칸 재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의 수익성이 급감한 것이 재정악화에 치명타가 됐다. 바티칸 소유 부동산은 2,926곳에 달하는데 지난해 이곳에서 2,260만달러(약 265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티칸 소유의 부동산 가운데 800여곳이 공실 상태이며 무상 임대한 건물도 여럿 되는 등 관계자들의 관리부실도 부동산 투자 손실에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