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약의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가능하면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억제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2℃ 상승할 경우 지구생태계는 생물 종의 20∼30%가 멸종 위기에 내몰리고 10억∼20억 명은 물 부족에 직면하는 등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와 더불어 국민이 우려하는 환경문제 목록의 가장 앞자리에 있는 것은 미세먼지 문제다. 지난 3월에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서 미세먼지는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초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조기 사망자 수는 최소 1만 2,000 명 수준으로 평가된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둘 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에 속한다. 2017년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7%는 물론이고 전 세계 평균 38%보다도 훨씬 높다. 1차에너지 소비에서 석탄과 석유의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지난 9월 30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이끄는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12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고 최대 27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등 과거 정책과는 확연하게 다른 고강도 대책이 담겼다. 130여 명의 미세먼지 전문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500명의 국민 정책참여단이 수차례의 토론과 숙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도 남다르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낮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석탄과 석유를 대체하면서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에너지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2030년까지 총 26조 달러의 경제적 편익을 동반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2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는 세계재생에너지 총회가 열린다. 에너지 분야 석학들과 정책 결정자들이 함께 지구 에너지시스템의 전환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의 재생에너지 정책 콘퍼런스다. 이번 총회가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문제의 확실한 해법이자 일자리 확대의 효과적 수단인 재생에너지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