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화·디지털·IPO...'혁신금융 퍼즐' 맞추는 정태영

'다빈치모텔'로 문화마케팅 재개

MIT와 스타트업 쇼케이스 개최

핀테크 육성해 디지털 전환 속도

몸값 2.6조...IPO로 신사업 추진




‘혁신 전도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초대형 행사인 슈퍼콘서트는 ‘카드 회사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말까지 나왔지만 현대카드의 존재감을 넓히고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촉매제가 된 지 오래다. 뜬금없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의 스타트업 육성은 협업 강화를 통한 디지털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깜짝 기업공개(IPO)를 선언하며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카드사와는 무관할 것 같은 ‘문화’와 스타트업 협업에 이어 IPO까지 정 부회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는 결국 ‘혁신금융’으로 귀결된다는 분석이다. 카드 업계가 경쟁 심화와 수수료 인하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수년째 계속된 파격과 혁신이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를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22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페이스 일대에서 토크쇼와 공연 등이 열리는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행사를 연다. 정 부회장이 직접 토크콘서트 무대에 오르며 문화 마케팅의 재개를 알릴 예정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콘서트·공연 등의 예약 카드 사용 점유율을 보면 현대카드가 90%에 육박한다”며 “문화 마케팅의 효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자릿수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이 두 배 이상 늘어났던 것도 지난 2007년 슈퍼콘서트 이후였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던 현대카드의 승부수가 통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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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말보다 행동으로 혁신을 강조한다. 보여주기식 조직개편이 아닌 전 직원의 코딩 교육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500여명까지 디지털 인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드사 최초로 2016년 스타트업 입주사무소인 ‘스튜디오 블랙’을 만든 것도 디지털 전환의 일환이었다. 그 결과 ‘세로형 카드’ 전용 휴대폰 케이스를 내놓기도 했다. 자신감이 붙자 MIT에 스타트업 쇼케이스 공동개최를 제안해 14일 스튜디오 블랙에서 ‘핀테크, 디지털화,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쇼케이스 인 서울’을 열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카드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이 롯데카드 대주주 승인을 받으면서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협업이 본격화하면 현대카드로서는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카드업이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형편에 강력한 경쟁자까지 출연하는 상황에서 극적 반전이 필요했다. 확실한 ‘밸류업’을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내놓은 또 하나의 파격이 바로 IPO였다. 현대카드는 다음달 상장 주간사를 선정한다. 증권가에서는 최대 2조6,000억원까지 몸값을 예상하고 있다. 24%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자금 회수 차원이 1차적인 목표지만 최종 목표는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조달이다. IPO를 위한 실적 개선은 순항 중이다. 올해 상반기 1,218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6% 증가했다. 경쟁사들의 평균 순익이 2.7% 감소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FI 자금 회수와 함께 신규 비즈니스를 본격화하는 종잣돈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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