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은 온통 24일 아베 총리 면담에 가 있다. 상황이 어떤 지 이미 다 알고 왔으니 최대한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이번 목표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차 도쿄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첫날 일정을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이 총리는 지난 22일 일왕 거처인 고쿄에서 열린 즉위식과 저녁 궁정 연회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아베 총리와 인사한 후 “비교적 밝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전해야 할 24일 오전 아베 총리와 면담 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또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일본 내 분위기가 여전히 녹록치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베 “모레 만납시다” 李 “잘 부탁합니다”
이 총리는 22일 늦은 밤 숙소인 뉴오타니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첫날 일정 결과를 설명했다.
이 총리는 즉위식에선 나루히토 일왕과 마주하지 못했으나 궁정 연회에서는 1분 정도 인사를 나눴다면서 “나루히토 일왕에게 ‘작년 3월 브라질에서 본 이래 다시 뵙게 돼서 기쁩니다’라고 말하자 ‘아, 브라질’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궁정 연회에서는 아베 총리와도 짧은 만남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모레(24일) 만납시다”라고 이 총리에게 인사했고 이에 이 총리는 “모레 잘 부탁합니다”라고 답변했다. 또 아베 총리는 이 총리에게 부인인 아키에 여사도 소개해줬다.
이총리 “일본어 한다는 걸 다 아는데 영어 하면…”
이 총리는 공식 일정에서 통역 없이 일본어를 사용했다. 이 총리는 “총리실·외교부 합동회의에서 10대1 정도로 일본어가 더 낫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걸 (상대가) 다 아는데 억지로 영어를 사용하면 ‘무슨 의미지’ 하지 않겠나”라며 “회담하는 게 아니라 서서 악수하는 거니까 일본어가 나겠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으로 입어 본 연미복에 대해선 “(이러면) 제비족 아닌가?”라며 농담을 하면서 “빨리 벗고 싶다”고 웃었다.
한일 양측에서 지일파란 표현 나오는데…
이 총리는 ‘지일파란 표현이 부담스럽지 않나’라는 질문에 “부담이라기보다는 기대가 워낙 크고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고 그러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제 이날 이 총리가 일본에 도착하자 NHK 등 일본 언론들은 “도쿄 특파원 출신의 지일파 정치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는 ‘지일파’에 대한 경계감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이 총리는 일부 정치인들은 이 총리와 면담을 하면서도 비공개 진행을 요청해오기도 했다. 한국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 반한 감정을 갖고 있는 지역구 유권자들의 반발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총리 “그래도 ‘대화 세게 하자’ 해야”
이 총리는 24일 아베 면담 결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예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얘기가 다 공개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리) 자료를 준비하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리는 “(징용 관련) 일본 측 주장과 한국의 생각이 뭐가 다른가 설명은 할 수 있겠지만 무슨 합의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좀 세게 하자, 이 정도까지는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인상점, 게이오대학… 현장 가는 이유
이 총리는 전일 고 이수현 의인의 사고 현장인 신칸센 JR신오쿠보역을 찾았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일본 기자들도 ‘겨냥한게 뭐냐’고 공격적으로 물어보더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리가 신오쿠보역을 찾은 이유는 ‘한일 우호’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사고 현장에 대해서도 “국경을 넘어서는 인간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총리가 23일 오전 학생들과 대화를 위해 방문한 게이오대 교정의 분위기도 엇갈렸다. 일부 학생들은 이 총리의 방문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게이오 대학 학생 면담을 일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본에서는 좀처럼 안 하는 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게 이 총리의 의지다. 양국 분위기가 좋다면 “선술집도 한번 찾아가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일반 시민들에게 우호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라는 게 이 총리가 밝힌 이유였다.
/도쿄=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