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의창만필] 김일성도 못 바꾼 코리안 뷰티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통통한 볼살 가진 '베이비 페이스'

'귀여움'에 본능적으로 호의 느껴

남북한 모두 아름다운 얼굴로 생각

서양선 볼살꺼진 얼굴 형태가 미인




동서양의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표준은 크게 차이가 난다. 서양인은 얼굴이 작고 좁기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나 브룩쉴즈 처럼 큰 광대나 각진 턱이 문제되지 않는다. 서양인은 발달된 광대를 오히려 개성이라 생각해 관자놀이와 볼살이 꺼지고 옆광대가 두드러진 형태를 미인형으로 여긴다. 그래서 화장술도 광대 밑에 진한 색조화장을 해서 볼살이 꺼지고 광대가 도드라지게 연출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얼굴이 넓은 동양인은 광대나 사각턱을 콤플렉스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광대축소 수술이나 사각턱 수술이 동양에서 더 발달했다.

동서양 간 선호하는 얼굴형이 다르기 때문에 보톡스·필러도 다르게 시술된다. 서양인들에게는 광대를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광대뼈 바깥쪽에 필러를 주사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눈 밑 앞광대 쪽에만 필러를 주입해 다크서클을 개선하고 평면적인 얼굴형에 입체감을 주는 정도로 한다. 만약 동서양을 반대로 시술하면 환불해줘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동서양의 미적 기준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동서양 유명 연예인들의 사진을 합성해 인종별 아름다운 얼굴의 특징을 연구한 미국성형외과학회지 논문에서도 이런 인종적 차이는 두드러진다. 논문에 의하면 안젤리나 졸리, 힐러리 더프 등 서양 연예인 10여명을 합성한 서양의 미인상은 발달된 광대와 사각턱, 꺼진 볼살, 갈매기형 눈썹, 높고 좁은 콧대, 두툼한 입술, 발달한 앞턱 등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약간 남성적이다. 반면 이영애·한효주·송혜교 등 한국 대표 여자 연예인 10명의 사진을 합성한 합성도에서는 매력적인 한국 여성만의 특징으로 계란형 얼굴에 통통한 볼살과 큰 눈에 눈밑 애교살 등을 꼽았다.


서양인과의 차별화된 특징들을 요약하자면 ‘베이비 페이스(동안)’라 할 수 있다. 동물행동학 창시자인 콘라트 로렌츠 박사에 따르면 종을 떠나 둥근 얼굴에 큰 눈, 통통한 볼살, 넓고 둥근 이마 등이 베이비 페이스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런데 동안을 아름다운 얼굴로 생각하는 것은 남북한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몇 년 전 북경을 방문했을 때 북한에서 운영하는 대동강회관에 갔다가 벽에 걸린 북한 미인도들을 접하고는 깜짝 놀랐다. 미인도의 얼굴이 전부 볼살이 통통한 베이비 페이스였던 것이다. 북한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독재정권이 지난 70여년간 북한 주민을 철권통치하에 철저히 세뇌시켰지만 통통한 볼살을 아름다운 미인형으로 생각하는 한민족의 원초적 미적 관념은 손을 댈 수 없었던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련기사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드르 배럿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에 의하면 ‘귀여움’은 식욕과 성욕 못지않은 인간의 본능적인 ‘초자극(supernormal stimuli)’이라고 한다. 인류는 종족 보존을 위해 아이들을 보호하는 본능을 가지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돼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의 귀여운 외모에 본능적으로 호의를 가지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동글동글한 베이비 페이스가 주는 귀여운 이미지에 호의를 느끼는 본능을 이용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산업은 이미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둥근 얼굴과 큰 눈의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뽀로로, 쿵푸팬더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마찬가지로 통통한 볼살과 큰 눈의 코리안 뷰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귀여운 동안 이미지의 코리안 뷰티는 귀여움에 호의를 느끼는 남성의 인간적이고 원초적인 본능을 깨우는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미국 영화 사이트 TC캔들러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100인’을 선정한다. 여기에 매년 우리나라 아이돌과 여배우가 대거 진입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비록 동서양의 미적 기준은 다를지 몰라도 한국 여성이 미적으로 가장 진화한 인종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