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꾸민 화려한 볼거리나 해외 촬영이 없다. 배경은 꽉 막힌 시골 동네 옹산이다. 그 흔한 재벌도 등장하지 않고, 남자 주인공이 대단한 능력이나 ‘배경’을 가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의 매력에 빠졌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야기다.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더니 최근에는 시청률 16% 고지를 넘어섰다. 분당 최고시청률은 19.2%를 돌파하기도 했다. 작지만 강한 드라마인 ‘동백꽃 필 무렵’의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①일상성
‘동백꽃 필 무렵’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이들의 진심이 녹아있다. 바닷가 시골에서 평범하게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싱글맘 동백(공효진 분), ‘촌므파탈(촌과 치명적인 남자를 뜻하는 옴므파탈의 합성어)’을 제대로 보여주는 황용식(강하늘 분) 등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처럼 친근하다. 동백의 주점 ‘까멜리아’에서 일하며 이민 간 남동생 생활비와 할머니 병원비를 꼬박꼬박 부쳐주는 조향미(손담비 분)는 끊임없는 헌신에도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짠내’ 나는 캐릭터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거대담론을 그린 드라마들에 지친 시청자들이 소소한 일상과 평범한 인물들의 마음을 그려낸 드라마에 끌리는 모습”이라고 이 작품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②명대사
“남편은 없는데 아들은 있을 수 있잖아요. 뭐, 그럴 수도 있잖아요.”(동백)
극본을 맡은 임상춘 작가의 대사는 맛깔난다. 신파도, 과장도 없이 담백하게 현실을 관통하는 대사들이 매력적이다. 임 작가는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전작 단막극 ‘백희가 돌아왔다(2016)’를 거쳐 ‘쌈, 마이웨이(2017)’로 주목받았다. 그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험난한 세상에 치이고 또 치이며 자신의 가치를 잊었다가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통해 자아를 되찾는다.
솔직담백한 황용식의 대사도 화제다. “긴 말 필요없이 동백씨는유, 기냥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히 차고 넘치는 사람이여유” “저 진짜 그냥 아주 그냥 무지막지하게 질투 많은 사람이니께 빨랑 와서 내 손 잡아줘요” 같은 촌티나지만 진심 어린 말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묘하게 설레게 한다.
③추리극
로맨스극인가 싶은 드라마는 한 번씩 옹산의 연쇄살인범 ‘까불이’가 등장하며 추리극의 면모를 드러낸다. 드라마는 1회부터 까불이의 위협을 복선으로 깔아놓고 까불이가 누군지, 까불이에게 살해당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최근 화에서는 향미가 까불이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까불이의 정체를 추정할 만한 단서들이 하나씩 나오며 극의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로맨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극 전체에 미스터리 요소를 절묘하게 삽입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냈다는 것이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