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의 화약고, 카슈미르. 그곳의 지위가 다음달부터 바뀐다. 인도령에 속한 잠무·카슈미르(Jammu & Kashmir)주가 잠무·카슈미르와 라다크(Ladakh) 연방 직할지로 각각 분할된다. 그동안 자치권과 함께 부여됐던 외부인의 이주, 부동산 취득 및 취업 제한 등 특별혜택도 사라진다.
1기 집권 당시보다 더욱 압도적인 의석수로 재집권에 성공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지난 8월 초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는 헌법 조항을 폐기하고, 새로운 대통령령을 발표한 결과다. 이후 특별혜택을 박탈당한 카슈미르 주민들은 물론 인도 정부의 독단적 조치에 반대하는 파키스탄 정부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은 즉각 인도와의 양자 무역을 중단했다. 철도를 차단하고 인도 대사를 추방하며 본국 대사까지 소환했다. 한때 동양의 스위스를 꿈꿔온 카슈미르. 이를 둘러싼 70년 이상 해묵은 갈등의 골이 또다시 깊어지는 모습이다.
사실 양국은 그동안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외교 채널을 차단했다가 복원하기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양국 간 교역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각각 분리 독립한 직후 양국은 전쟁까지 불사했지만 그때도 교역은 중단하지 않았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교역 체계가 그나마 제도적으로 갖춰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양국과 다른 남아시아 6개국이 체결한 남아시아자유무역지대(SAFTA·South Asian Free Trade Area)가 출범하면서부터다. 이들 남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서로에게 최혜국대우를 부여했으나 파키스탄만 유일하게 인도에 최혜국대우를 부여하지 않았다. 교역 가능 품목도 고시·허가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이 중 육상으로만 교역이 가능한 품목은 137개에 불과했다. 양국 간 제도화된 무역규범이 만들어진 것만도 다행이다.
이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양국 간 무역협상이 계속됐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2008년 11월 뭄바이 테러 사건으로 약 3년간 무역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교역은 중단되지 않았다. 국경 간 밀무역이 성행했지만 특별히 제한하지도 않았다. 양국 간 긴장이 완화하면서 2011년 11월 파키스탄은 인도에 점진적으로 최혜국대우를 부여하는 계획을 내놓았고, 양국은 이에 합의했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2012년 3월부터 1,200여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교역을 허가했다. 이에 상응해 인도는 파키스탄에 대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더욱 낮췄다. 드디어 2013년 7월 인도는 100개 품목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 대해 무관세(일부 소수품목 최대 5%) 혜택을 부여했고, 파키스탄은 인도에 최혜국대우를 부여하고 육상교역 제한 품목도 없앴다.
인도와 파키스탄 독립 이후 72년 만에, 매우 어렵게 겨우 기초적 체제를 갖춘 양국 간 교역이 모디 총리의 조치로 한순간에 막혀버린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카슈미르 지역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망사건의 책임을 물어 인도가 1996년부터 파키스탄에 부여해온 최혜국대우를 철회한 지 5개월 만에 나온 것이어서 양국 관계의 복원 전망을 한층 어둡게 하고 있다.
양국 간 무역을 집중 연구하는 니샤 타네자(Nisha Taneja) 등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양국 간 무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무역 규모가 약 6배에서 최대 10배 이상 증가한다. 올해 3월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파키스탄 관련 보고서(Policy Note)는 이보다 많은 약 18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키스탄을 기준으로 보면, 대인도 수입은 13배 증가하고 대인도 수출은 무려 45배나 늘어난다. 2018년 양국 교역액 약 29억달러를 여기에 대입하면 양국 간 교역이 522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인도는 파키스탄의 최대 교역국, 파키스탄은 중국·미국에 이어 인도의 세 번째 교역국이 된다.
양국은 3,000㎞ 이상의 국경을 서로 마주하고 있다. 인도의 원유 수입 대부분이 파키스탄 서쪽에 있는 걸프만 산유국들로부터 이뤄지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인도는 GDP의 2.4%인 약 665억달러, 파키스탄은 4% 이상인 약 114억달러를 매년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남북한 간 2000년대 초에 논의됐던 7가지 경제협력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앞으로 30년 동안 남한은 약 170조원, 북한은 약 250조원 등 총 420조원의 경제성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인도·파키스탄 국경이 상호 개방되고 교역이 전면적으로 정상화된다면 양국 간 경제적 이익은 남북한 경제협력 효과만큼이나 클 것이다.
“평화를 위해 싸워라”며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와 갈등을 그토록 반대했던 마하트마 간디 서거 150주년을 맞이해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흔들리지 않는 평화경제의 기반 구축이 남북한만큼이나 인도와 파키스탄에도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