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군수보급관으로 7년을 복무했습니다. 직접 요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야간근무 후 사병들과 야식을 만들어 먹던 추억들을 담아 요리라는 소재로 병사들의 삶을 투영해보고 싶었습니다.”
다운로드 수 500만. 요즘 웹소설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제이로빈(필명)의 대표작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그렇게 태어났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군대 이야기에 요리라는 소재를 엮어 2016년부터 연재한 웹소설은 이미 완결됐지만, 최근에는 웹툰으로 다시 소개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작품이 웹소설과 웹툰에서 모두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그만큼 작가인 제이로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흙수저인 20대 청년 ‘강성재’가 군에 입대해 관심사병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커가는 성장 스토리다. 요리과정과 맛에 대한 섬세한 표현 때문에 독자들 사이에서는 작가가 요리사이거나 취사병 출신일 거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경제와의 첫 인터뷰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제이로빈은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요리사 출신은 아니다” 라며 “작품을 준비하면서 먹방 영상과 요리방송, 요리책 등을 찾아보고, 맛집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조사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제이로빈은 최근 네이버에 연재 중인 작품들이 인기를 끌며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그동안 나이를 제외하면 실명, 얼굴 등을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제이로빈이라는 필명은 영화 ‘배트맨과 로빈’에서 등장하는 배트맨의 조수 ‘로빈’에 자신의 이름 이니셜 ‘J’를 결합해 만든 것이다. 그는 “조연이지만 영웅의 옆에서 도와주는 로빈의 팬이다. 나 역시 주인공이기보단 뒤에서 남을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기는 악플도 동반하기 마련하지만, 제이로빈은 ‘악플 없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웹툰 매 회마다 달리는 수백 개의 댓글들은 대부분 주인공을 응원하는 글들이다. 제이로빈은 “작품에 폭력이 없고, 악역이 없다 보니 악플도 없는 것 같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의 성장 스토리라서 독자들이 감정을 이입해 주인공이 잘 되기를 응원하고 희망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변 인물들로 캐릭터를 구상하고 현장 조사를 통해 배경을 그려내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주인공 ‘강성재’ 역시 군 생활을 하면서 그를 거쳐간 취사병 10여 명의 긍정적인 면을 모아서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그는 “그 중 한 명의 모습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군 전역 후 연락이 끊어졌는데 그 친구가 이 작품을 보고 있다면 저의 존재를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30화를 앞두고 있는 웹툰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향후 전개에 대해서는 “웹툰만의 스토리로 소설과는 다른 결론을 맞이할 것”이라며 “빠른 전개와 결말로 이어졌던 원작 웹소설과는 달리, 전개가 부진해도 다양한 에피소드로 연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작가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그는 “웹소설·웹툰을 드라마, 영화화 시키는 게 꿈이다. 작가보다는 신작 ‘뚝배기 깨러왔습니다’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