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마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드디어 시행 채비를 마쳤다.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지역의 선정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시행령을 개정하기 전에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선정기준이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으로 대상 지역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기준이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뀌면서 31개 투기과열지구는 언제든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 광명, 하남, 대구 수성구, 그리고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중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할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적용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다.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다. 이러한 효과가 지속되면서 인근 지역의 집값까지 낮출 수 있다면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의 기대처럼 소비자를 보호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은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로또 분양을 기대하는 수요가 늘면서 임차수요가 증가해 전월세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고 특정지역의 청약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 또 새 집 수요가 줄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분양주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축아파트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이 최근 시장에서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분양가는 낮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면서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시장의 주택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시장에서 가격규제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규제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다수의 공공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도 있다. 그렇다면 분양가상한제가 꼭 필요한 규제일까. 필요한 규제는 이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선택하고 있는 만큼 그 상황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여야 한다. 시장경제는 가격을 매개로 기업과 가계가 자발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인 가격규제는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
가격규제의 시장 부작용을 충분히 알고 있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서둘러 시행하는 이유가 뭘까.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매달 발표하는 30호 이상 민간아파트의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7월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서울에서 신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단위면적(㎡)당 평균 분양가격은 806만7,000원이지만 85㎡를 초과하는 경우는 1,272만8,000원이다. 일 년 전보다 약 68% 상승했다. 이러한 가격 흐름 때문에 정부가 시장개입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격규제를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단지들은 내년 4월까지 속도감 있게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할 것이다. 이로 인해 분양물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4월 이후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단지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정책으로 단기적인 공급과 청약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래서는 주택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청약 쏠림으로 시장이 과열된 것 같은 착시가 나타날 수 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주택을 구입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심리가 가중될 수 있다. 규제의 부작용일 수 있다.
상품가격은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서울 집값 안정은 외지에서 들어오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가 원하는 좋은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가능하다. 다시 한 번 서울의 주택공급 정책을 점검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