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뒤덮인 대기환경을 개선할 정부의 내년 사업 예산이 줄줄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지독한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고 추경을 통해 조 단위의 예산이 확보됐는데도 집행률이 더디자 내년 예산을 축소한 것이다. 특히 원인 규명을 위한 측정 사업이 제자리를 걷고 회의마저 띄엄띄엄 열리자 국회에서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질책이 나온다.
1일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환경부 대기개선추진대책 주요 사업들의 예산이 대거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개선추진대책은 올해 추경에서 1조460억원을 배정한 미세먼지 정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산으로, 자동차와 사업장 등 배출원별 특성과 원인을 고려해 배출가스 등을 저감하는 사업이다.
내년 예산안은 약 9,686억원으로 올해 9,384억원(추경 포함)보다 3.2%(302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사업 가운데 올해 대비 예산이 100% 증가한 소규모 사업장 방지시설지원사업(2,200억원)의 영향이 컸다. 이 사업을 빼고 비교하면 올 예산은 7,486억원으로 지난해(8,286억원)에 비해 9.6%(799억원) 감소했다.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이 줄줄이 잘려나갔다. 운행제한지역 시스템 구축 예산은 약 37억원으로 올해 대비 71% 줄었고 도로 재비산먼지 저감사업은 216억원으로 55% 감소했다. 이뿐 아니라 미세먼지배출원 3차원 추적관리사업(70억원, -39%), 대기오염측정망 구축·운영사업(679억원, -13%), 조기폐차(6,027억원,-11%) 등도 예산이 축소됐다.
‘운행제한지역…’ 등 대거 감액
원인 규명 측정사업도 제자리
“미세먼지 해결 의지 없다” 비판
원인은 환경부가 지난해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대기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본예산(2,574억원)의 세 배에 가까운 추경예산(6,810억원)을 얻어 관련 사업 규모를 9,384억원으로 불렸지만 사업 추진 실적이 더뎠기 때문이다. 예산처는 지난 8월 말 기준 주요 사업의 집행실적이 0~42.9%에 그치자 “과도하게 편성된 내역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적했다.
사업집행이 더디자 야당에서는 정부가 보기 좋게 혈세만 조 단위로 편성하고 실제로 미세먼지 해결에는 소극적인 ‘전시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미세먼지 오염원 배출의 원인을 규명하는 대기오염측정망 구축·운영사업의 세부사업 집행이 느리다는 것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열린 미세먼지특별위원회는 분기별로 1회 개최가 원칙이지만 2·4분기(6월) 열린 후 3·4분기는 건너뛰고 개최됐다. 과학국제협력분과위는 3월 이후 7개월간, 미세먼지저감분과위는 6월 이후 열리지 않다가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오자 지난달 15일 동시에 개최됐다. 미세먼지가 잦아드는 여름철에 정부도 관련 사업과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고 결국 돈을 쓰지도 못하자 예산이 잘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의원은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오염원을 규명하기 위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논리를 개발해 국제협력에 나서야 한다”며 “측정 사업 자체가 더디고 여름철에는 대책회의도 소홀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