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태국 방콕에 도착해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관련 일정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과 만나 오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대한 관심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당부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갈라 만찬에서 아베 총리와 잠시 만나 웃으면서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정부의 핵심 외교 어젠다인 신남방정책의 연장선이다. 현 정부 들어 최대 국제행사로 치러지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문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직접 독려할 예정이다.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방콕 현지의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회의로) 25일부터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든든한 포석을 마련하게 된다”며 “이달 초 태국에서 막판 스퍼트를 해 이달 말 부산에서 최종 결승선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11월은 가히 ‘한·아세안의 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도착 당일인 이날 오후 첫 번째 일정으로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이 마련한 갈라 만찬에 참석했다. 4일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이 참석하는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세안+3 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 건설 등 역내 협력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기여 의지를 표명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아세안 국가 및 한중일을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EAS가 개최된다. 문 대통령은 EAS에 참석해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국제정세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바 있는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에 대한 EAS 국가들의 지지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갈라 만찬에서 인사를 나눈 아베 총리와 개별적인 만남을 가질지는 불투명하다. 여전히 냉랭한 양국관계 여건상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짧은 조우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완전한 효력 상실에 앞서 한일 간에 출구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에 앞서 지난 2일 방콕을 찾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가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한일 간 현안과 관련해 합리적 해법 마련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한미 양측이 이러한 방향으로 노력을 경주해나가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중일과 아세안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연내 타결이 어려워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RCEP 협상에 참여 중인 16개국이 태국 방콕에서 1일 장관급 회동을 한 데 이어 2일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인도가 관세 인하 문제에서 신중한 자세를 보여 협의가 난항을 겪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이에 따라 연내 타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힘들게 됐다며 참가국들은 4일 열리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정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실무 차원의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콕=양지윤기자 박성규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