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프랑스 파리국제음식박람회는 꽤나 시끄러웠다. 하이라이트인 음식올림픽에서 대상을 받은 스페인 농부의 푸아그라(Foie gras) 때문이었다. 많은 미식가·셰프들이 우승 요리가 진정한 의미의 푸아그라가 아니어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거위에게 강제로 모이를 먹이지 않아 푸아그라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르몽드지 등에 대서특필된 이 사건은 결국 증거가 없어 고소가 취하됐지만 푸아그라의 정의(定義)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뜨거웠다.
당시 고소자들이 주장했듯이 푸아그라는 ‘가바주(gavage) 방식’으로 생산된다. 거위의 간을 크게 만들기 위해 사료를 강제로 먹이는 사육법이다. 푸아그라를 처음 즐긴 것으로 알려진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그랬다. 이집트인은 야생 거위가 이동철이 되면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어서 긴 여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간에 지방형태로 축적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이동 전에 잡은 거위에서 추출한 간은 맛이 좋았지만 공급에 한계가 있었다. 1년 내내 진미를 즐기고 싶었던 이집트인들은 억지로 먹이를 먹여 거위를 살찌우는 방법을 택했다. 이 사실은 이집트 벽화에서도 확인된다.
오늘날에는 더 진화된 방식을 써서 마리당 150g 정도의 간을 얻는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 과정은 우아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푸아그라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프랑스 고급요리로 대접받고 있다. 원조국인 이집트를 거쳐 그리스·로마로 전해진 푸아그라가 프랑스로 건너온 것은 12세기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 서유럽에 이주한 유대인들이 요리법을 전수했다. 이들이 정착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만들어진 푸아그라는 지금도 최고급으로 여겨진다. 천해 진미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푸아그라에 푹 빠진 루이 14세가 전 유럽 왕실에 소개하면서부터로 알려졌다.
3년 뒤에는 미국 뉴욕에서 푸아그라를 맛볼 수 없게 생겼다. 최근 뉴욕시의회가 모든 레스토랑·식료품점에서 판매를 전면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2년부터 판매하다 적발되면 최고 2,000달러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이에 동물권단체는 환영하는 반면 생산농가는 법적 투쟁을 예고하는 등 찬반 논쟁이 가열되는 모양이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지만 이미 독일 등 유럽에서 가바주 사육을 금지하는 등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어 푸아그라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