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도대체 어느나라 안보실장인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가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도 미사일 발사를 하는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얘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상황에서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동맹에 대한 위협”이라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미국·일본·독일의 반응과도 결이 다르다.


정 실장은 또 2년 전 북한이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이동식 발사대에서 쏠 능력이 없다”고 딴소리를 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화성-15형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이동식 차량에서 쏘는 영상을 공개했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화성-15형 발사용 이동식 발사대 4대를 공개하기도 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감장에서 현 정부가 가장 잘한 것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평화공세 기간에 북한의 핵 능력은 몇 배로 커졌고 핵 폐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횟수는 현 정부에서만 23회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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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미국과 최소한의 핵을 지키려는 북한 사이에 갭이 너무 크다. 타협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북한이 최근 김 위원장의 백마 탄 모습을 방영하거나 김계관·김영철·최룡해 등을 통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칫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북핵을 둘러싸고 커다란 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미관계가 대화에서 대립으로 바뀐다면 2017년과는 차원이 다른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더 이상 현실을 오도하지 말고 국민들의 안보 불안부터 해소해나가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점차 허구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민족 공조의 환상에서 탈피해 한미일 공조 강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더라도 안보는 안보대로 철저히 대비해나가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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