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새벽 이어 저녁 배송전쟁...한국야쿠르트 6시이후 면대면 공략

■HMR 영토 넓히는 한국야쿠르트

강남·서초·송파서 저녁배송 실시

"아침에 저녁식사 주문 새로운 도전"

당일 주문시스템·적용 지역 확대

새벽배송에 혈안된 유통가도 주목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가 고객의 집을 찾아 신선란을 배달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부터 1인용 전기차를 활용해 오후6~11시 사이 고객에게 HMR을 면대면으로 배송해주는 저녁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야쿠르트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가 고객의 집을 찾아 신선란을 배달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부터 1인용 전기차를 활용해 오후6~11시 사이 고객에게 HMR을 면대면으로 배송해주는 저녁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야쿠르트



# 직장인 허모씨는 다음날 ‘혼자만의 만찬’을 즐기기로 하고 리코타치즈 샐러드, 1인용 스테이크와 1인용 탄탄면을 한국야쿠크트 ‘하이프레시(hyFresh)’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했다. 배달시각은 오후8시로 설정했다. 다음날 오후8시가 되자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던 ‘프레시 매니저’가 허씨가 주문한 가정간편식(HMR)을 들고 문을 두드렸다. 배송원의 얼굴을 직접 보고 음식을 받으니 ‘혼밥’의 쓸쓸함도 없다.

4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면대면 저녁배송’인 ‘하이프레시 고(가칭)’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 3구에서 르노삼성자동차의 1인용 전기차인 ‘트위지’ 12대로 ‘저녁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당일배송·새벽배송 등은 있었지만 유통·식품 업계에서 저녁배송이 탄생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저녁배송을 위해 전기차 운전이 가능한 매니저를 중심으로 12명의 ‘프레시 딜리버리’도 선발했다. 현재는 시험운영 기간이라 전날 오후2시까지 주문해야 다음날 저녁에 배송을 받을 수 있지만, 곧 당일 주문 시스템을 오픈해 ‘아침에 저녁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만들 계획이다. 적용 지역도 확대한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저녁배송의 면대면 배송에 만족도를 표시하는 고객이 많다”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재구매 고객 비중이 현저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전기차 트위지.르노삼성 전기차 트위지.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이동형 냉장카트 ‘코코’에서 제품을 꺼내들며 미소 짓고 있다./사진제공=한국야쿠르트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이동형 냉장카트 ‘코코’에서 제품을 꺼내들며 미소 짓고 있다./사진제공=한국야쿠르트


◇情을 전하는 ‘면대면’ 저녁배송=마켓컬리에서 시작된 새벽배송이 신세계 통합 쇼핑몰인 SSG닷컴, 롯데홈쇼핑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아이몰 등 대기업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야쿠르트의 ‘저녁배송’은 새로운 실험이다. 저녁배송은 말 그대로 오후6~11시 사이로 배송시간을 정하면 매니저가 직접 밀키트를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유제품 등을 판매하는 프레시 매니저의 활동시간은 주로 오후 6시까지로, 저녁배송은 그 이후에 가정을 방문해 ‘끼니’를 배달한다는 콘셉트다.


한국야쿠르트가 저녁배송 카드를 꺼낸 것은 ‘야구르트 아줌마’의 친절함으로 성장해온 기업인 만큼 속도 일변도의 배송 시장에서 기존 업체와 다른 공략법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그저 제품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 면대면으로 얼굴을 마주 본다는 점에서 한국야쿠르트는 ‘정(情)’을 배송한다는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웠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1971년 서울 종로 일대에서 47명의 ‘야쿠르트 아줌마’의 리어카에서 시작됐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가정의 대소사와 안부를 물으며 면대면 영업을 해온 결과 ‘매출 1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배송에서도 그런 ‘정’ 노하우를 살려 접근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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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R ‘잇츠온’ 드라이브=한국야쿠르트는 현재 매출 1조2,000억원의 대부분을 야쿠르트·윌·쿠퍼스·MPRO3·하루야채 등 유산균을 비롯한 건강음료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HMR을 확대해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줄 방침이다. 2017년 론칭한 가정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을 배송실험을 통해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저녁배송을 시작하면서 HMR 제품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제품을 주문하는 플랫폼인 ‘하이프레시’ 앱도 개편했다. 먼저 1인용 가구를 겨냥해 1인용 스테이크, 마라우육면, 탄탄면, 순두부찌개 등 1인용 상품 10종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또 주문하는 고객의 편리성을 위해 한국야쿠르트 상품 외에도 본죽·종가집·농협안심한돈·팜투베이비 등 타사의 대표제품들도 하이프레시 앱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프레시 앱에 들어오는 소비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하이프레시는 올해 8월 기준 회원 수 68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올해 1~8월 약 1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83% 신장하는 등 매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저녁배송에 업계 촉각=업계에서는 한국야쿠르트의 저녁배송 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벽배송은 음식이나 상품을 오후11시가 넘어 주문해도 다음날 오전6시면 집 앞에 가져다준다. ‘빨리빨리’ 문화를 앞세워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모두가 자는 시간에 일하는 배송원의 피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새벽배송은 주간근무보다 피곤할 수밖에 없고, 심야시간에 운전을 하는 만큼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크다. 과연 밤샘노동까지 동원해 아침에 신선식품을 받아야만 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의 노동집약형 운영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도 많다”면서 “면대면 저녁배송 실험이 배송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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