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된 4일(현지시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를 최우선으로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불법이라는 내용 등이 들어 있어 RCEP 체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을 우려한 미국이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견제 의사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인도태평양전략 추진과 그간의 경과가 담겼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9개의 선인 ‘구단선’을 그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근거가 없는 불법’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또한 악성 사이버 활동을 하고 있는 국가로 북한·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명시했다.
RCEP 회원국들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중국 주도의 세계 패권구도를 만들려는 시도를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보고서 본문에서 국무부는 미국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심화·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로 거론됐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일본·호주의 인도태평양구상, 한국의 신남방정책, 인도의 동방정책 등과 긴밀히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RCEP에 동참하지 않은 인도에 대해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자바 서부에서 15억달러 규모의 ‘자와1가스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을 경제적 번영 증진의 사례로 들면서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회사 마루베니·소지쓰, 한국의 삼성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보고서 인사말에서 “미국과 우리의 동맹국·파트너들은 자유롭고 개방된 지역의 질서를 보호하는 데 최전선에 있으며 모든 국가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뒷받침하는 규칙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RCEP 체결의 기세를 몰아 미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서 무역보호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시 주석은 “우리는 개방을 통한 발전을 반드시 견지해나가야 한다”며 “교류와 협력을 심화하고, 손을 붙잡고, 벽을 세우지 말고 허물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반대하고 무역장벽을 끊임없이 허물어나가야 한다”며 “더 많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특히 한중일 FTA 추진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