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제작인력을 학교에서 가르쳐 해결하려고만 한다면 절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실제 애니메이션영화 제작현장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도록 투자·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토종 대작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를 제작한 홍성호(사진)로커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스타트업콘 컨퍼런스’강연후 본지와 만나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정부, 민간의 콘텐츠 투자방향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드슈즈는 지난 7월 국내 개봉 전부터 예고편을 본 관람객들에게서 ‘픽사나 디즈니 작품 같다’며 호평을 받았다. 할리우드 수준의 완성도를 이뤄낸 덕이다. 이 같은 작품 수준에 도달하려면 캐릭터의 움직임·표정 등을 그려내는 애니메이터들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 그의 설명이다.
홍 대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연기’는 애니메이터들이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이 실전에서 연습할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기술 개발, 인력 양성에 정부가 매년 많은 투자를 하지만 정작 실전에 필요한 인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레드슈즈도 해외 인력까지 더해 200여명 제작진을 꾸릴 수 있었다. 그는 국내 인력 양성에 대해 “사랑을 책 보고 배우는 꼴”이라며 “레드슈즈 같은 작품에 투입된 인력들이 다음 대작에, 또 차차기작 제작에 합류하면서 실력을 쌓아가야 하는데 우리 시장은 그런 작품을 만들 자본도, 의지도 없다”고 꼬집었다.
레드슈즈에 자본 220억원을 투입한 로커스는 기획부터 제작·마케팅 등까지 모두 담당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이다. 홍 대표는 “로커스가 단독으로 해냈다는 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다만 상영관·관객 수 등이 할리우드 작품에 비해 저조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우리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드슈즈는 국내 관객 81만여명을 동원했다. 할리우드작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4월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의 76만명을 넘어선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1위의 성적이다. 올 2월 유럽 최대 시장 ‘유럽필름마켓(EFM)’에서 공개 후 세계 123개국과 수출계약도 맺었다.
그는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애니메이션이 게임 다음으로 수출 효과가 크다”며 “편당 최소 조 단위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데 우리는 시도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수출한 국가 중 포르투갈·리투아니아 등 비교적 작은 시장만 개봉돼 아직 해외 반응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홍 대표는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도 디즈니·픽사에 필적할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도전해야 할리우드 메이저에 필적할 애니메이션 강자가 될 것”이라며 “애니메이션영화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