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학들은 정부 방침대로 정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비중이 추가 확대될 경우 변별력을 보완할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본지가 수능 비중 확대가 유력한 서울 15개 대학에 대해 약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대학의 75%는 이처럼 답했다. 대학들은 수능 비중 확대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 “변별력을 강화할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들이 보완장치를 원하는 것은 현 수능은 영어와 한국사 등을 절대평가로 두고 있고 수능 비중 확대가 유력한 오는 2022학년도부터는 제2외국어·한문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등 상대평가 체제에서 점차 벗어나며 학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을 잃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돼 전 과목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시작되면 수능 역시 같은 추세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밖에 대학들은 2015개정 교육과정에 맞는 새로운 수능 영역을 지정할 것과 수시·정시의 시기 통합 등을 개선점으로 제시했다.
대학들의 변별력과 관련한 우려는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이 상향될 경우 대학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도 반영됐다. ‘기타 전형을 포함한 전반적 선발비율을 조정하겠다’는 응답이 3개 대학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하되 수능 반영비중을 축소하겠다’를 택한 대학과 ‘수능 위주 신규 전형을 신설하겠다’는 대학이 각각 1곳 있었다. 정부 방침대로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개 대학에 그쳤다. 변별력 논란을 고려해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한다 해도 상당수 대학들이 면접·구술·교과 등 추가적인 전형요소를 더해 수능 반영비중을 축소하거나 수능 위주 신규 전형을 신설할 수 있음을 나타낸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수능 비중이 또 추가로 상향될 경우 가장 큰 우려(복수응답)로는 응답의 절반이 ‘대학의 선발 자율성과 다양성을 해친다’를 택했다. 2022학년도 실시 시 법적 분쟁 소지, 공정성 강화와 무관, 1년 만의 추가상향은 과도, 수시보다 선발 늦어 불리, 일부 대학에 국한돼 과도 등의 응답이 각각 뒤를 이었다.
이번 조치가 서울 주요 대학에 국한돼 실시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단 1표에 그쳤다. 반면 ‘지방대 포함 전면 확대’가 38%,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25%로 나타났다. 실제 수능 비중은 서울권(28.9%·2021학년도 기준)보다 지방권(16.1%)에서 극히 낮은 편으로 지방대의 55.7%가 무시험 교과전형으로 정시 수능에 앞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어 지방대의 참여 비율을 높이려면 수시와 수능의 시기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능 선발비율과 관련해서는 중위권 대학에서는 5~10%, 상위권으로 갈수록 3~5%의 추가 상향 여력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를 적용할 경우 이들 대학의 수능 비중은 중위권 일부에서 40% 내외, 상위권에서는 30~35%로 늘어나게 된다.
이번 설문조사는 15개 서울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7개 대학은 참여하지 않았다.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공표되기 이전이어서 대학 입장도 공식 의견이 아닌 일반적 견해에 해당한다”면서도 “전반적인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대학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원·한동훈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