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해외칼럼] 저커버그를 위한 변론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대형 뉴스 플랫폼 된 페이스북

가짜 정치광고 놓고 논란 거세

특정 유권자 타깃 광고 금지 등

정부차원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부터 할리우드 최고 극작가로 꼽히는 에런 소킨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명백한 가짜 정치 광고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결정하는 주체가 저커버그가 아니라 루퍼트 머독이라면 우리 마음이 편안해질까. 이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2005년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은 당시 지구상의 소셜네트워크 가운데 선두주자였던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매입했다. 자칫했다가는 합법적 정치연설을 선택하는 결정권이 머독 혹은 폭스뉴스 전문가들의 수중에 넘어갔을 터다. 이래도 마음이 편한가.

관련기사



사실 팩트체크는 말처럼 쉽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진영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광고를 예로 들어보자. 광고에 담긴 주장은 세 가지였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0억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의 핵심적인 반부패 담당 관리가 파면되지 않으면 지원을 보류하겠다며 위협했고 문제의 관리는 결국 해고됐다. 마지막으로, 바이든이 해당 공무원의 해고를 요구한 것은 당시 검찰총장이던 그가 바이든의 아들 헌터와 연관된 회사의 비리를 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처음 두 건의 주장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하지만 세 번째 주장과 관련해 바이든의 요청에 따라 해임된 빅토르 쇼킨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유럽의 한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해고되기 전, 자신이 비리혐의가 포착된 헌터 바이든의 소속사를 조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일까.

아니다. 쇼킨은 거의 틀림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부패한 관리로 지목됐던 그가 자신의 해임 이유에 대한 그럴싸한 설명을 내놓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트럼프의 주장 역시 틀림없이 가짜 뉴스일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마저 사실과 사실의 앞뒤 관계에 바탕을 둔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방송사는 정치 광고를 검열할 수 없다. 검열금지 규정을 어길 경우 거대한 지상파 방송망에서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반면 CNN 같은 케이블 방송사는 지상파와 동일한 방식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인 결정이 가능하다.

물론 페이스북은 모든 방송사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플랫폼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지구촌 공공 광장과 흡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당연히 정치연설에 문을 활짝 열어둬야 한다.

페이스북을 겨냥한 다양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그들 중 상당수는 정당하다. 미얀마·스리랑카 같은 국가의 사례에서 보듯, 페이스북은 폭력을 조장하는 선동적 발언을 규제하는 데 지나치게 느슨한 태도를 보인다. 페이스북이 경쟁의 불씨마저 꺼버리는 등 준독점(quasi monopoly)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다.

페이스북이 모든 견해에 공평하게 열려 있는 중립적 플랫폼이라는 저커버그의 주장에 많은 이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한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다른 자료들에 비해 특정한 종류의 자료들을 우선적으로 올리기 때문에 가짜 뉴스나 심한 과장, 거짓말의 확산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대중의 개입을 조장하고 특정집단이 공유하는 신념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바로 이런 속성 때문에 우표 수집가들과 동물 애호가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갖게 되고 워런 지지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자료를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된다.

똑같은 이유로 트럼프 지지자들 역시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그들을 열광시키는 자료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미국이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양쪽으로 갈라진 두 진영은 서로 상대를 향해 내뱉는 최악의 비방과 거짓말을 대중이 믿어주기 원한다.

페이스북은 바로 이 같은 문제의 증상이다. 페이스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토크 라디오를 듣거나 폭스를 시청하고 다른 웹사이트로 갈 것이다. 결국 페이스북이 당파성을 조장하기보다 완화해준다는 얘기다.

‘컴퓨터, 윤리와 공공정책’에 관한 강의로 주가를 올린 스탠퍼드대의 제레미 와인스타인은 “어떤 연설을 허용하고 금지할 것인지에 대한 결과에 책임질 필요가 없는 테크놀로지 기업의 총수가 밀실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의 주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기업들은 실익과 수지타산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의 플랫폼에 대한 개입과 애착을 극대화하기 위해 누구의 비위를 맞춰야 하느냐가 테크놀로지 기업의 최대 관심사다.”

필자는 저커버그가 어떤 정치연설이 합법적인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신 저커버그와 대형 뉴스 플랫폼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다른 테크놀로지 업체들이 준수해야 할 의무의 범주를 정부가 정해주기를 원한다.

현명한 규제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는 많다. 지난 수십년간 방송사로 하여금 그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다양하고 폭넓은 견해를 포함하도록 요구한 이른바 ‘공정성 원칙(fairness doctrine)’과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연방선거관리위원회의 엘런 와인트라우브 위원장이 내놓은 제안은 간단하다. 전체 유권자들 가운데 지극히 단편적인 부분만을 겨냥한 마이크로표적광고(microtargeting)를 허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은 분열과 적대감을 조장하며 비밀에 덮여 있기 일쑤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 미국인은 대형 테크놀로지 업체의 힘에 압도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와인스타인은 미국인들이 첨단기술 업체보다 정부를 불신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와인스타인에 따르면 그들은 페이스북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규제해주기 바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정반대의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페이스북을 규제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기사의 댓글(0)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