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가 본 것은 여러 차례지만 방향감각이 무딘 탓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는 편이다. 그러던 차에 “새로 생긴 케이블카 한번 타고 가라”는 목포시청 공무원의 권유에 귀가 솔깃했다. 유달산에 올라가 삭도차에 올라탔다. 쾌청한 날씨에 시계(視界)가 트여 바다도 육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케이블카에 올라타 지도를 펼쳐 보니 이제야 어디가 어딘지 알 것 같았다.
평지에서도 느껴지던 바람은 유달산에 올라오자 제법 세게 불었다. 케이블카가 출발하자 문밖으로 부는 바람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케이블카가 바람에 밀리는 것도 느껴졌다. 앞에 가는 케이블카도 바람에 밀려 기우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에도 허공에서 바라보는 목포시와 서해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바다는 기우는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셨다.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눌러대다 모니터를 들여다봤더니 해를 향한 쪽을 찍은 사진은 노출이 과해 모두 화면이 하얗게 날아가 버렸다.
10인승 캐빈에는 모두 8명이 탔는데 한 팀은 상주시에서 온 관광객들이고, 또 한 팀은 목포에 거주하는 분들이었다. 두 팀은 어제 사서 먹은 낙지 가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눈으로는 사진을 찍으면서 귀로는 얘기를 들어봤더니 상주에서 온 관광객들은 낙지 한 마리를 1만원에 사서 먹었는데, 오히려 목포시민들은 2만원에 사서 먹었단다. 스마트폰 안에 세상의 모든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는 홈그라운드의 강점이 사라져 버렸다.
어쨌거나 지난 9월 개통된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국내 최장거리인 3.23㎞의 코스를 40분에 주파하는 짜릿한 즐길 거리다. 목포 시내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해 유달산 정상에서 90도로 방향을 틀어 고하도를 찍고 원점으로 회귀하는데 요금은 2만7,000원과 2만2,000원짜리 두 가지가 있다. 가격에 따른 코스 차이는 없고 다만 탑승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짧을 뿐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 명료해진 방향감각을 앞세워 시화(詩畵)골목으로 향했다. 시화골목은 비탈에 들어선 달동네로 집집마다 벽에 그림과 시를 그려 넣어 붙은 이름이다. 최근 개봉해 눈길을 끌었던 영화 ‘1987’을 녹화한 곳으로 극 중 여대생 연희(김태리 분)가 살던 동네로 설정돼 촬영했던 곳이다. 그 때문인지 1980년대풍의 동네 곳곳에는 연희네 슈퍼, 연희네 찻집 등 연희의 이름을 딴 점포들이 영업하고 있다. 30년 전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해안로127번길 14-2.
목포는 볼 것 많은 관광도시지만 그에 못지않게 먹거리가 풍부한 미각의 도시이기도 하다. 기자는 늘 혼자 취재를 다니는 통에 여럿이 주문해야 하는 음식들은 맛보지 못하는 편이다. 군(郡) 단위 지자체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참 동안 차를 달려도 식당이 없는 곳이 많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역에는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드물어 공복의 허전함을 감내해야 할 때도 있다.
이번 여정도 1박 2일간 홀로 취재한 탓에 목포가 자랑하는 한정식 등 상차림 음식의 맛을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들른 첫 번째 식당이 독천식당이다. 독천식당은 낙지요리 전문점으로 낙지비빔밥·연포탕·갈낙탕·낙지탕탕이 등 10여가지 메뉴를 선보인다. 오후2시를 넘긴 느지막한 시간에 들렀는데도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단품 메뉴인 낙지비빔밥을 시켰는데 밥 위에 빨갛게 볶은 낙지와 콩나물이 얹혀 나왔다. 낙지볶음은 약간 달착지근한 편으로 밥에 비벼 먹으니 감칠맛이 돌았다. 양념 맛이 풍부한 편으로 남도음식답게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만족할 만한 메뉴다. 값은 1만2,000원. 연포탕은 1만8,000원. 갈비와 낙지를 섞어 끓여낸 갈낙탕은 1만9,000원을 받고 있다. 호남로64번길 3-1.
지난해 겨울 목포를 방문했을 때 콩국수를 팔고 있는 집이 있어 신기한 생각에 발길을 멈춘 적이 있었다. 상호도 ‘유달콩물’로 아예 간판에 콩국수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어 꼭 한번 맛을 보고 싶어 이번에는 작심하고 찾아왔다.
45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는 주인 김향자(69)씨에게 “서울에서는 겨울에 콩국수를 팔지 않는데 목포에서는 겨울에도 콩국수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찾는 사람이 있어서”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김씨는 “맛있는 콩 국물의 관건은 콩을 삶는 시간”이라며 “맷돌에 갈아내는 것도 중요한데, 믹서에 콩을 갈면 절대 이 맛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유달콩물의 식탁마다 양푼에는 설탕이, 종지에는 소금이 담겨 있어 “콩국수에 설탕을 넣느냐?” 물었더니 김씨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목포에서는 설탕을 넣어 먹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국물은 걸쭉하고 고소하다. 서울의 식당들이 콩국수에 토마토나 오이생채 또는 삶은 달걀을 얹어 내지만 이 집은 아무런 고명도 없이 오로지 콩 국물에 국수만 말아 내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호남로58번길 23-1.
/글·사진(목포)=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