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서 ‘금리고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약 두 달 가까이 가파르게 오른 채권금리(채권가격 하락)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는 수준까지 치솟자 조정장세가 막바지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국가의 채권 금리 상승세가 여전히 진행 중인 까닭에 고점을 언급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고채 3년물은 연 1.50~1.56%, 국고채 10년물은 1.78~1.84%선에 등락을 오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사상 최저점을 기록하던 지난 8월과 비교하면 3년물은 약 40bp(1bp=0.01%포인트), 10년물은 60bp 이상씩 튄 수준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가의 기준금리 인하 추세가 다소 주춤해진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하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져 채권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또 국내에서는 내년 국채 발행이 늘어나는 등 수급적인 부담이 겹친 것도 금리 인상의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채권금리가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금리고점론의 배경은 현 채권금리가 기준금리를 사실상 한 차례 올린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 있다. 1.5%를 웃도는 국고 3년물 금리가 1.25%의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1.5%)한다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경기 여건상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볼 수 있는 근거는 희박하다는 점을 들어 채권금리가 고점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이것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한 채권금리 조정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내년 중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면 국고 3년물 1.55%, 10년물 1.85%는 상단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 채권시장이 곧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본부 팀장은 “국내 채권 시장은 약 두 달간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고 수급 등 큰 악재는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다”며 “만기가 짧은 채권을 중심으로 매수를 검토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미국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에서 채권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금리 고점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금리 상승 및 변동성 리스크가 크다”며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는 저가 매수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손실 위험을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커 투자심리 회복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