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을 붙인 ‘보수 대통합’이 시작부터 잡음을 내고 있다. 보수통합단장을 맡은 원유철 의원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와의 이른바 ‘케미(화학적 상호작용)’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원 의원은 “신뢰관계를 쌓아왔다”며 임무를 완수하겠다지만 변혁과 통합을 둔 줄다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성동 의원께서 원유철은 유승민과 신뢰관계가 없어 통합추진단장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며 “제가 소통과정에서 신뢰관계가 없었더라면 두 달 동안 물밑에서 유 대표의 변혁 측과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권 의원이 황 대표에게 “원 의원은 유 의원과 신뢰관계가 없다”고 보낸 문자가 언론에 공개되며 자질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한 해명이다.
유 의원과 원 의원은 지난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팀을 이뤘다. 하지만 당시 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다 중도에 원내대표직을 그만두자 각각 비박과 친박으로 갈라섰다. 이때 원 의원은 새로운 친박인 ‘신(新)박’으로 불리기도 했다. 잡음이 생기자 황 대표는 변혁에서 원 의원을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변혁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밝히며 자질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내부 분쟁과 변혁과의 기싸움으로 이번 일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변혁 소속 의원은 15명으로, 통합하면 한국당 의원들과 내년 총선 관련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변혁도 공천을 포기하면서까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 황 대표는 이번 일을 “약간의 의견 차이”라며 통합 후 총선, 나아가 대선 승리를 위해 여러 의견은 덮고 가자고 말하고 있다. 쉽지는 않아 보인다. 변혁 소속의 한 의원은 “아름답게 통합하지 못할 바에 총선 때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며 명예롭게 승리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