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시행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불수능’이라 불렸던 지난해보다는 평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위권 판별을 위한 고난도 문제가 포함되는 등 변별력은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어영역은 지난해와 같은 초고난도 문항은 출제되지 않는 등 전년도에 비해 쉬웠지만 변별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학의 경우 지난해 수능 수준이지만 중난도 문항이 늘며 체감 난도는 올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영역도 1등급이 5.3%에 불과했던 지난해 수능보다는 평이하게 출제돼 1등급 비율도 올라갈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매우 어려웠던 국어와 영어는 다소 난도가 내려간 반면 수학은 약간 어려워진 셈으로, 인문계에서는 국어와 수학, 자연계는 수학과 과학탐구가 당락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 소속 김창목 경신고등학교 교사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능 출제경향을 분석해 발표하며 “국어·영어·수학·탐구 등 수능 전 영역이 지난해보다는 쉬웠다”며 “지난해에는 영역별 유불리가 컸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답률 10%로 추정되는 초고난도 문항이 나오며 불수능 논란을 지폈던 국어 영역은 올해 수능에서는 이보다 평이하게 출제됐다.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는 “지난해보다 쉬웠지만 상위권의 변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문제도 나왔다”며 “1등급 표준점수는 130점 이상으로 6·9월 모의평가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영역은 원점수 기준 1등급 컷이 84점에 그치며 현 체제 수능이 도입된 지난 2005학년도 이후 최초로 90점대에서 80점대로 떨어졌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지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치솟았다. 입시 업체들도 원점수 등급 컷이 지난해보다 다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매우 어려웠던 전년에 비해 쉬워졌지만 변별력 있는 시험”이라며 “원점수 등급 컷은 지난해보다 다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험에서는 지난해 수능의 31번과 같은 초고난도 문항도 출제되지 않았고 지문의 길이도 독서(비문학) 파트의 인문과 과학은 1,500~1,600자, 사회는 2,200~3,000자 등 9월 모평에서처럼 짧아져 학생들의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과학기술 지문도 지난해와 달리 그리 어렵지 않아 인문계 학생들이 전년에 비해 유리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변별력을 가를 ‘킬러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신유형인 19번과 40번(홀수형 기준) 등으로 각각 조건화 원리(인문), 법적구성 효과와 바젤 효과(사회)를 다뤘으며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독서(비문학) 파트에서 나왔다.
수학영역은 자연계열 학생이 주로 치르는 ‘가형’과 인문계열이 치르는 ‘나형’ 모두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중난도 문제가 늘어나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다를 수 있다고 입시 업체들은 파악했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예년처럼 객관식과 주관식의 마지막 2문제가 각각 어려웠다”며 “기본 개념을 충실히 이해했다면 빠르게 풀 수 있지만 아니라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수학영역은 고난도 문항은 줄었지만 4점짜리 고득점 문제와 일반 문제의 난도 편차가 줄어든 게 특징이다. 중난도 문항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됐을 것으로 보여 중위권 이하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도는 상승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나형도 지난해 수능과 난도가 유사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중난도 문제가 늘어난 탓에 인문계 수험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도는 지난해보다 상승할 수 있다고 상당수 입시 업체들은 전망했다. 대성학원은 “문제 유형이 기존과 비슷했다”면서도 “초고난도 문항의 난도는 내려간 반면 나머지 문항의 난도는 올라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렵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영어영역은 1등급이 5.3%에 그치며 상대평가 1등급(4%)과 큰 차이가 없었던 지난해보다는 평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함축 의미의 추론 문제가 신유형으로 나왔는데 올해는 이런 신유형 문항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1등급 비율도 지난해보다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영어 영역은 1등급 비율이 2018학년도 시험에서 10%가량 나왔다가 지난해엔 ‘반토막’으로 급감하며 절대평가 변별력 논란을 촉발시킨 바 있다. 김 교사는 “일부 문항은 높은 수준의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등 절대평가지만 평가도구로서의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입시업체들도 그동안 EBS 교재 지문의 변형문제로 출제돼온 일부 문항들이 비연계로 출제되는 등 유형 난이도를 조율하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가채점 결과를 확인할 때 원점수뿐 아니라 예상등급까지 확인해 정시 지원 여부를 타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오 교사는 “올해 수능은 정시 모집인원이 전년도보다 줄고 재학생도 줄었지만 졸업생 응시생은 늘었다”며 “수험생들은 최종적으로 나올 평가 결과 자료를 참고해 대입 지원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이경운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