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에서 주민 22명의 집단 암 발병 사태는 인근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유해물질과 역학 관계가 있다는 정부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 관계를 정부가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14일 전북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고 “환경오염 노출평가와 주민건강 영향평가를 종합 분석한 결과 비료공장 배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1년 장점 마을 인근에 비료회사인 금강농산이 들어선 이후 2017년까지 주민 99명 가운데 22명이 암에 걸렸다. 이 중 14명은 사망했다.
마을 주민들은 2017년 4월 정부에 금강농산과 관련한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요청했고, 그해 7월 정부는 이를 수용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이날 나온 결과는 2017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된 조사의 최종 결과물이다.
환경부는 비료관리법에 따라 퇴비로만 써야 하는 ‘담뱃잎 찌꺼기’(연초박)가 비료 생산 공정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2017년 4월 가동 중단된 공장의 바닥과 벽면, 마을 주택에 쌓인 먼지를 분석했고 여기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검출됐다. 두 물질은 연초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사람이 흡입하면 폐암과 피부암, 간암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이 때문에 장점마을 주민 전체의 암 발병률은 갑상선을 제외한 모든 암에서 전국 표준인구 집단 대비 2~25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KT&G는 금강농산에 지난 2009~2015년 연초박을 2,000톤 이상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금강농산이 퇴비로 써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배출된 유해물질이 대기 중에 퍼지면서 장점 마을 주민 건강에 영항을 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익산시와 협의해 주민 건강을 관찰하고 사후 관리 계획을 세운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수년간 ‘연초박이 암 발병의 원인’이라는 주민의 주장에 대해 익산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금강농산에 환경 우수상을 주기도 했다” 며 “익산시와 KT&G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G 측은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처리업체와 가열처리 공정 없이 퇴비로 활용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