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타개한 세계적인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1970년대 ‘세계체제론’으로 사회학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세계를 하나의 사회체제로 파악해 중심부와 주변부의 비대칭적인 관계를 설명했다. 단위국가 대신 세계체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비대칭적인 상호관계의 분석이 단위국가 내부의 분석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체제와 아프리카’는 월러스틴이 70여 년에 걸쳐 아프리카를 연구한 글들을 엮은 책이다. 월러스틴은 책에서 역시 세계체제론을 토대로 아프리카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조명했다. 그가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서구 보편주의 이데올로기에 지적으로 덜 포섭된 아프리카야 말로 가장 창조적인 통찰과 조직적 사고의 전환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1960년을 전후해 정치적으로 독립을 했지만 경제발전이라는 약속을 실현하지 못한 아프리카 민족해방운동 세력들의 딜레마에 집중했다. 집권에 성공한 아프리카 독립운동 세력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근본적인 변혁은 뒤로 한 채 부유한 나라 ‘따라 잡기’에 매진한 결과 현 세계체제를 침식하는 동시에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