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관문이자 서울의 얼굴과도 같은 곳입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로부터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까지 범죄 걱정 없이 마음 놓고 거리를 거닐 수 있게 만드는 게 저희의 임무죠.”
지난 11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역에서 만난 한종희(사진)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장의 얼굴에서는 24시간 쉴 틈 없이 서울의 관문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서울역은 지하철 1·4호선과 경의선, 공항철도, KTX가 오가는 교통의 요충지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철도 이용객들부터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입성하는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더해지면서 하루 유동인구만 33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한 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서울역파출소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노숙인 관리다. 여전히 ‘서울역’ 하면 노숙인이 떠오를 만큼 노숙인은 서울역의 어두운 단면이다. 한 소장은 “날씨가 쌀쌀해지는 요즘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하고 계신 분들을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과 걱정이 앞선다”며 “노숙인들이 추위를 나기 위해 술을 마시다 보면 크고 작은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어 파출소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광장을 돌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장 역시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자전거를 타고 파출소 관할 내 쪽방촌과 서울역 광장을 점검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간밤에 쪽방촌 어르신들이 별 탈 없었는지 노숙인의 인명사고 여부 등을 파악하는 것이 그의 첫 일과다.
서울역파출소는 노숙인을 보호하고 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2014년부터 노숙인 전담 경찰관을 두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노숙인 전담 경찰관 한진국 반장은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경찰이다. 한 반장은 “노숙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면서 잘 타일러 병원치료를 받도록 설득하고 자립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가족 같은 마음으로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주면 얼어붙었던 노숙인들의 마음도 눈 녹듯 풀리곤 한다”고 전했다.
한 소장은 서울역 주변은 노숙인들이 벌인 술판으로 지저분하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깨기 위해 일부 구간을 청결·클린구역으로 지정해 자정활동을 펼쳐왔다. 덕분에 서울역 인근 환경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한 소장은 “오랫동안 경각심을 줘서인지 제가 말하기 전에 ‘알아서 깨끗이 치울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노숙인들이 있다”며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들을 볼 때면 가슴 뿌듯한 감정이 든다”고 강조했다.
서울역파출소는 지난해부터 ‘샅샅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에서 이름을 딴 ‘콜콜히순찰’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인근 파출소 순찰차를 추가 지원받아 사건신고가 몰리거나 주민들이 원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는 제도다. 주민의 의견도 듣고 잠재적 범죄자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어릴 적 시골 지서를 놀이터 삼아 자란 한 소장은 제복 입은 경찰관을 천직으로 생각했다. 특전사 복무를 마치고 1996년 처음 경찰의 길로 들어선 그는 초임 시절 인질강도를 검거해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후 경찰특공대와 청와대 경호실 근무 등을 거쳐 2015년부터는 2년간 독도경비대장으로 대한민국의 최동단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