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1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증시에서 정치 테마주가 요동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테마주를 비롯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유력 인사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종목들이 정치 상황에 따라 주가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특정 인사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급등락하는 테마주는 우리 사회의 불투명성과 함께 국내 금융투자 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선알미늄(008350)은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32% 상승하며 사흘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 13일에는 장 중 5,880원까지 치솟아 1978년 증시 상장 이래 41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는 38.05%, 올해 들어서는 89.75%의 높은 상승률을 각각 나타냈다. 현 정부 출범부터 자리를 지켜온 이 총리는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지켜오다 지난해 하반기 1위로 올라섰고 총선을 앞둔 최근에는 여권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이 총리가 차기 대권 주자로 주목받는 동안 증시에서는 테마주가 급등한 것이다. 남선알미늄과 이 총리의 친동생 이계연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삼환기업은 SM그룹 계열사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최근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의 명예사단장으로서 군복을 입고 직접 사열을 하는 등 과잉 의전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정치권 주요 인사 관련 테마주로는 최대주주가 황 대표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황교안 테마주’로 알려진 한창제지(009460), 안 전 대표가 창업해 18.57%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인 안랩(053800)이 꼽힌다. 한창제지는 올해 2월 황 대표가 당선된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상승세를 나타내다 이후 한 달 새 21.6% 하락하는 등 등락이 이어지고 있다. 안랩은 안 전 대표의 서적 출간 및 정치권 복귀 여부가 관심을 모으면서 8월 한 달간 13.79% 올랐고 이달 들어서도 10% 이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 테마주의 주무대로 꼽히는 역대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 테마주가 선거 전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대체로 최근 주가는 선거 전 최고가보다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테마주로 알려진 우리들휴브레인(118000)은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둔 그해 2월 3만7,031원으로 상장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문 후보가 낙선하자 5,309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2016년 9월 72.49% 급등한 1만5,30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세가 지속돼 이날 종가는 2,685원에 그친다.
정치 테마주들의 유형도 바뀌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까지는 주로 후보의 정책·공약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이 집중적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수중 면허를 보유한 이화공영(001840)·삼호개발(010960) 등 중소형 건설사들이 ‘한반도 대운하’ 수혜주로 급등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주요 정치인의 학연·지연 등 사적인 인연과 관련된 종목이 테마주로 엮이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자본시장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에 16~19대 대선 테마주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는 기업의 성쇠에 유력 인사와 사적 인연의 영향을 기대하는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며 “사회적 투명성이 높고 금융질서가 자리 잡힌 선진국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