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3년 전 단행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지분 매각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ASML은 초미세 반도체 생산에 필수품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해 최근 3년 사이 몸값이 3배 가까이 뛰었다. ASML은 최근 EUV 장비를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에 대량 납품하는 등 향후 추가적인 몸값 상승도 기대된다.
15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 3분기 보유한 ASML 지분 1.5%의 시장 가치는 1조8,814억원이다. 지난 2012년 취득 당시 ASML 지분 1.5%의 가격이 3,630억원이었다는 점에서 7년 사이 6배가량 껑충 뛰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2016년 9월 기존에 보유하던 ASML 지분 3% 중 절반을 팔아버렸다는 점이다. 당시 지분 1.5%의 매각 가격은 약 7,400억원으로 4년 전 대비 2배가량 뛰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3년 전 일본 샤프 지분 0.7%를 비롯해 미국 스토리지 전문업체 시게이트 지분 4.2%, 미국 반도체 설계 업체 램버스 지분 4.5%를 각각 매각하며 투자자산 효율화에 나선 바 있다.
ASML의 시장가치는 삼성전자의 지분 매각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는 ASML 지분 1.5%의 2017년 6월 말 가치를 9,37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1년 뒤에는 다시 1조3,861억원으로 올렸다.
ASML은 올 6월 말 이후에도 몸값이 더 뛰었다. ASML의 지난 14일 기준 시가총액은 1,144억달러로 한화 약 133조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지분율 1.5%의 가치는 단순 계산해도 2조원수준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3년 전 ASML 지분 1.5%를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을 경우 1조2,500억원 가량의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ASML은 올 3·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올 3·4분기에 7대의 EUV 노광장비를 출하했고 23대의 EUV 신규 주문을 수주했다”고 밝혀 이후에도 몸값 상승이 예상된다. EUV 노광장비는 1대당 2,000억원이 넘는 고가 제품으로 ASML의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7%가량 늘어난 30억유로를 기록했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TSMC가 주요 고객이지만 향후 인텔과 SK하이닉스도 EUV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니콘이나 캐논 또한 노광장비를 만들지만 ASML과 같은 EUV급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결국 EUV 공정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주도권 경쟁이 판가름 나는 만큼 관련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인 ASML의 ‘슈퍼을’ 지위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