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휘발유값 50% 폭등…이란도 '민생고 시위'

보조금 삭감 일방 결정에 반발

테헤란 등 10곳서 집회 벌어져

일부 폭력 사태…최소 1명 사망

이란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이스파한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불타는 오토바이를 바라보고 있다. /이스파한=AFP연합뉴스이란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이스파한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불타는 오토바이를 바라보고 있다. /이스파한=AFP연합뉴스



정부의 국민 통제가 심각한 이란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제재 여파로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50% 인상하자 민생고에 시달린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의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도시 10여곳에서 전날부터 이날까지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중부 도시 시르잔에서는 시위로 최소 1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단체행동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란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지방 도시에서는 중앙은행과 국영은행 지점이 불타는 등 폭력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15일 밤 이란 중부 시르잔 시민들이 연료창고를 공격해 불을 지르려 했으나 경찰이 저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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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파한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에 반발해 도로에 차를 세우고 항의하고 있다. /이스파한=AP연합뉴스이란 이스파한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에 반발해 도로에 차를 세우고 항의하고 있다. /이스파한=AP연합뉴스


이번 시위는 정부가 지난 14일 자정 기습적으로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한 결정에서 비롯됐다. 이번 결정으로 15일부터 보통 휘발유 가격이 1ℓ당 1만 리알에서 1만5,000리알(약 150원)로 급등했으며 이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휘발유는 한 달에 60ℓ로 제한됐다. 60ℓ를 초과하면 1ℓ당 3만리알을 주고 휘발유를 사야 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날 “국가 경제의 약 75%가 미국의 제재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늘어날 재정수입은 정부에 귀속하지 않고 오로지 저소득층과 제재로 피해를 본 분야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와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유가마저 인상돼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란 통계청은 이란력으로 올해 6∼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79.1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8%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동과 중남미를 중심으로 민생고 시위가 전 세계로 번져나가는 가운데 유럽의 최대 경제국인 프랑스에서도 ‘노란 조끼’ 시위 1주년(11월17일)을 맞아 파리 등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16일 파리 시내에서는 일부 구간의 외곽순환도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려는 시위대를 경찰이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에 파리에서만 시위 참가자 24명을 연행했다고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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