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총상금 720만달러)에 출전한 러셀 헨리(30·미국)가 상금 대신 양심을 택했다.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헨리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의 엘 카멜레온GC(파71)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를 2언더파 69타로 마쳤다. 그런데 경기 후 팬들에게 주기 위해 볼에 사인을 하던 그는 볼 하나가 평소 쓰는 ‘타이틀리스트 프로V1x’와 약간 다른 모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헨리는 경기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가방에 들어갔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9~12번홀에서 이 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불운 섞인 작은 실수의 대가는 꽤 컸다. 이른 바 ‘원 볼(One Ball)’ 룰 위반으로 사용한 홀마다 2타씩 모두 8타의 페널티를 받은 것이다. 69타였던 이날 스코어는 6오버파 77타로 불어났고 1라운드 5언더파로 상위권에 올랐던 성적은 합계 1오버파가 됐다. 결국 7언더파로 3라운드에 진출해 우승을 다툴 수도 있었던 그는 2타 차로 컷오프 돼 상금을 한 푼도 챙기지 못했다.
골프규칙 부록 편에 실려 있는 원 볼 룰은 프로골프 투어나 상급 아마추어 대회에만 적용된다. 브랜드와 모델이 ‘똑같은’ 볼로 라운드를 마쳐야 하며 위반한 홀마다 2벌타씩을 보태야 한다. PGA 투어 규칙담당자인 브래드 파벨은 “간과하기 쉬웠을 작은 대시(-) 마크의 차이여서 판결까지 1시간30분이 걸렸다”면서 “헨리는 훌륭했고 그 신사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한편 1라운드에서 맹타를 휘둘러 단독 선두에 나섰던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29)는 이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공동 4위(10언더파)로 밀렸다. 2013년 대회 우승자인 해리스 잉글리시(미국)가 7타를 줄여 13언더파로 단독 1위에 올랐으며, 본 타일러(미국)가 1타 차 2위(12언더파)로 추격했다. 지난해 우승 뒤 임시 캐디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아 ‘구두쇠’ 오명을 썼던 맷 쿠처(미국)는 5언더파 공동 23위에 자리했다. 김시우(24)와 이경훈(28)은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