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진 가운데, 이 수사의 단초가 된 금융위원회의 수사의뢰가 긴급조치(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가 상상인저축은행에서 긴급하고 중대한 법 위반 사안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상상인 그룹의 유준원 회장도 수사선상에 올렸지만 수사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도 규명될지 관심을 모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최근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자체 조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패스트트랙은 긴급·중대한 사건일 경우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이 신속하게 검찰에 이첩하는 제도다.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시장의 공신력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큰 사건, 통신자료 등에 대한 적시 압수·수색이 필요한 사건 등이 이에 해당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이달 초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조사로 분주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검찰은 12일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자 “금융감독원에서 수사의뢰한 사건 등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해 법령에 정한 한도를 넘는 개인대출을 내준 혐의(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으로 상상인저축은행의 징계를 의결하고 금융위에 제재안을 올려보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이 혐의가 압수수색의 주요 내용일 것으로 해석했지만 실제로는 금융위가 패스트트랙으로 수사의뢰한 혐의가 중심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에서 포착한 상상인저축은행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는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허위공시, 사기적 부정거래 등이 있다. 검찰은 상상인저축은행에서 실행한 전환사채(CB) 질권대출 등을 받은 회사에도 압수수색을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상상인저축은행의 모 회사 상상인과 사주인 유 회장도 직접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2009년 7월 텍셀네트컴(현 상상인)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2년 세종상호저축은행(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2016년 공평저축은행(현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올해 3월에 골드브릿지증권(현 상상인증권) 인수에도 성공했다.
수사 과정에서 상상인저축은행과 조 전 장관 일가 사모펀드와의 연결고리도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구속기소)씨가 총괄대표를 지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투자한 회사인 더블유에프엠(WFM)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 회사에 두 차례에 걸쳐 총 200억원을 대출해줬다. 또 상상인저축은행은 6월 코링크PE에 WFM 주식 110만주를 담보로 20억원을 대출해줬으며 8월에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이 대출을 대환해주기도 했다.
검찰이 앞서 뉴스타파와 MBC ‘PD수첩’이 유 회장에 대해 제기한 의혹도 건드릴지 주목된다. 두 방송은 앞서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유 회장이 제외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검찰 전관 박모 변호사의 수사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