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자의 눈]카르텔에 저항하는 정치인 어디 없소

박형윤 생활산업부




“쌀 수요가 떨어지는데 쌀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요? 보조금으로 정부가 지탱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힘겹게 농사짓는 고령의 농민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조건 없는 지원의 피해는 소비자, 즉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갑니다.”

밥 대신 빵을, 샐러드를 먹는 국민들이 늘어나는데 왜 쌀값은 매년 대동소이할까. 과거 농림축산식품부를 출입할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이다. 이에 담당 공무원은 정부의 보조금 구조 때문이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그 뒤를 이은 설명은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농업 인구가 많은 영호남 기반의 정치구조에서 탄생한 농업 카르텔이 얼마나 단단한지 정치부를 취재하며 간접적으로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카르텔을 뚫지 않고서는 농업 기술혁신, 농업 구조개혁 어느 것도 성공할 수 없다. 스마트팜의 사례를 보자.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에 쓰이는 소재 산업부터 농업 기기 간 연결을 도와주는 사물인터넷(IoT) 등 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으로부터 농가를 지켜야 한다는 구호로 기술력을 보유한 대기업의 농업 지출을 원천차단해왔다. 기술 강국이면서도 여전히 네덜란드 등에 비해 스마트팜 기술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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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쌀 시장뿐이겠는가. 유통산업 혁신을 가로막는 것 역시 바로 카르텔이다. 소상공인 보호를 명목으로 유통업계 규제만을 강요하는 정책은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추진되고 있다. 이 역시 선거철 표심 때문이다. 지역구에서 입김이 센 소상공인 단체의 눈치를 보며 여야 가릴 것 없이 유통업체 규제 법안만 발의된다. e커머스 확대에 따라 대형마트도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음에도 정책적 고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쾌적한 공간에서 물건을 사고 싶은 국민의 의사는 규제 앞에서 경중을 따져보지 않아도 될 만큼 가벼운 욕망으로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

물론 농민·소상공인 역시 보호해야 하며 보호받아야 할 국민임에 틀림없고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법안도 발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기업·대형마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보지 못했다. 결국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관례대로 카르텔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공유택시 문제에서 해답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막강했던 택시 업계 카르텔에 조금이라도 금이 가고 카카오톡 택시 등이 생겨난 것은 국민이 공유차량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이를 정치권이 조금이라도 귀담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manis@sedaily.com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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