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는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대폭 증액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SMA 틀 안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대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협상이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에 기여하는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 될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차 SMA를 위한 3차 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전날에 이어 재개됐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당초 오후 5시께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11시30분께 조기 종료됐다. 이후 곧바로 외교부는 “제11차 방위비분담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협상 관련 회의 무산 사실을 공개한 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례적 움직임은 미국 측에서도 나왔다.
美 드하트 “韓 재고할 수 있는 시간 주려 회의 끝내”
드하트 미측 수석대표는 회의 종료 후 굳은 표정으로 “불행하게도 한국 측의 제안이 상호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요구하는 우리 측 입장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우리는 한국 측이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오늘 회의를 짧게 끝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대한 동맹 정신에 입각해 한국 측이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안에 양측이 함께 다다를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드하트 대표는 “우리는 한국 측이 상호 신뢰와 파트너십을 기초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을 때 협상을 재개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 역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정 대표가 외교부 브리핑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한미 중 어느 쪽이 먼저 회의를 중단했나’는 질문에 “회의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건 미국 측이 먼저 이석했기 때문”이라며 “총액과 항목 모두 (이견에) 포함된다고 봐주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또 정 대표는 “미국 측의 전체적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계속적으로 노력을 해서 상호 간에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혜훈 의원 “해리스가 만나자더니 50억불 얘기”
현재 미국은 한국 측에 올해분의 5배에 달하는 50억달러에 육박하는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행 SMA는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 임금과 시설 건설비 등에 대해 한국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나 미국은 현재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까지 신규로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의 설명대로 우리는 미국 측이 요구하는 총액과 항목 신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입장은 크게 3가지”라며 “기존 SMA 틀을 유지하면서 합리적 수준 공평한 분담을 해야 하고 국내적으로 국민들이 수용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수십년간 많은 대사를 뵙긴 했지만 이런 경우는 저로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행자의 ‘기분이 나빴냐’는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