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보면 폭언을 듣는 건 한순간이다. 나의 실수로 혹은 누군가의 오해로, 말뿐만이 아닌 표정, 분위기, 행동까지……(중략) 회사라는 곳은 여러 가지의 관계가 섞인 곳으로 한 사람의 말이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말. 당장 화가 나지 않아도 지나고 나면 나를 좀먹는 말. 듣는 순간 감정이 앞서지만 멍해지는 그 말. 직장에서 폭언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듣고 흘려버릴 수 없고, 듣고 들이받을 수 없고, 듣고 그만둘 수 없는 이 모든 상황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불편한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 결코 유쾌하거나 가슴 따뜻하진 않지만 담담하고 위트 있게. 더럽고 치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털어내고 다시 내일의 출근을 준비하는 하루하루의 우리처럼.’ (조자까, ‘폭언일기’, 2019년 책발전소 펴냄)
어느 날 한 직장인이 자신이 들은 폭언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먹고살기의 전쟁 속에서 ‘을’들이 듣는 각종 폭언은 교묘하고 또 잔인했다. 조대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폭언일기’는 공감의 물결을 타고 퍼져나갔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내가 들은 오늘의 폭언’을 제보하며 대한민국 폭언일기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이 그림 에세이 속의 등장인물은 폭언을 듣는 순간, 귀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나온다. 만약 실제로 인간의 귀가 폭언으로 상처받으면 피가 나오는 구조로 만들어졌더라면, 이 사회에 이토록 많은 막말이 난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폭언은 인자하고 교양 있게 미소 지으며 상대에게 칼 꽂는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고, 당하는 사람은 악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폭언을 꿀꺽 삼킨다. 폭언의 발화자는 자신의 말이 폭언인지 자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밥값 못하는 사람에 대한 일침이자 지극히 이성적 대응이라고 생각할 뿐. 그렇게 오늘도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귓가 여기저기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