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프랑스 파리 에펠탑 맞은편에 터를 잡은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이하 한국문화원)은 개원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나 경험 기회가 전무했던 시절이었던 만큼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의 첫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한국과 한국문화의 위상이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지면서 30여년 전 문을 연 한국문화원도 한계에 부닥치지 시작했다. 공간이 낡고 협소해지면서 넘쳐나는 한류 콘텐츠를 제대로 알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새로 장소를 물색한 끝에 2016년 새롭게 자리를 잡을 건물을 마련한 한국문화원은 이듬해부터 신축 공사를 시작해 개원 39년 만인 올해 파리의 중심부인 샹젤리제 부근 8구로 확장 이전했다. ‘파리 코리아센터’라는 이름으로 유럽에 한류를 전파할 중심 거점이 프랑스에 열린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열린 파리 코리아센터 개원식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최종문 주프랑스한국대사, 비벳 로페즈 프랑스 상원의원, 조아킴 손 포르제 하원의원,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부 장관 등 양국 정·재계·문화예술계의 주요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축사를 통해 “오늘 재개원하는 이곳 코리아센터에서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가 만나고, 서로 격려하고 일으켜 세워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만이 아니라 유럽, 나아가 세계 문화사에 아름답게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개원 축하를 위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공연과 2016년 개최돼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국립민속박물관의 ‘때깔, 우리 삶에 스민 색깔’ 특별전도 함께 열렸다. 김윤정 학예연구사는 “파리 만국박람회의 한국관이 약 120여년 전 파리에 조선의 문화를 처음으로 전파했던 계기가 되었듯, 확대 이전한 한국문화원이 한국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는 의미를 전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개원식을 찾은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장관 시절 한국 대사와 대화를 나눴을 때 문화원이 (이전을 위한) 새 장소를 찾고 개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만큼 굉장히 반갑다”며 “이 장소가 프랑스인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곳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몇 년간 프랑스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이 증가했다”면서 “젊은 세대를 포함해 (프랑스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번 이전으로 한국문화원은 전 세계 32개 문화원 중 4번째로 큰 규모(3,756㎡)가 됐다. 새 건물은 이전 한국문화원과 비교하면 규모가 5배 이상 크다.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 건물 전체를 사용해 한국문화체험관과 한식체험관, 공연장(118석), 대규모 전시실, 도서관, 강의실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더욱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파리 시민들의 관심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또 같은 건물에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입주해 로스앤젤레스(LA)·상하이·도쿄·베이징에 이어 세계 5번째이자 유럽에서는 최초의 코리아센터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문화원은 앞으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한류 중심 거점으로의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유럽 전체에 한국 문화를 전하고, 각국과의 문화 교류 및 협력의 창구가 될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해웅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은 “유럽의 9개 문화원 간의 정보 교류와 사업 연계 허브 역할을 통해 유럽에서의 한류 확산의 효율성을 기할 것”이라며 “유럽은 가까운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여러 나라들이 비교적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는 만큼 각 문화원들이 유럽에 소개할 예술가들의 풀이나 사업 계획 등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문화원장은 또 “중장년층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할만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코리아센터가 위치한 곳이 젊은 사람들이 많은 비즈니스 거리인 만큼 점심시간이나 퇴근 직후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