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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중고의 나라' 핀란드서 찾은 소비의 의미

■박현선 지음, 헤이북스 펴냄





핀란드의 중고가게. /사진제공=헤이북스핀란드의 중고가게. /사진제공=헤이북스


클릭 몇 번으로 빠르게는 몇 시간 만에 원하는 상품을 받아 볼 수 있는 시대.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제품도 빠르게 만들어져서 빠르게 사라지는 시대. 새 물건이 넘쳐나고 시시각각 변하는 최신 유행과 끊임없는 소비를 자극하는 기업들의 마케팅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 중고 가게나 빈티지 상점, 벼룩시장은 낯설다 못해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10여 년 전 핀란드 헬싱키로 유학을 떠난 저자에게도 그랬다. 세련된 북유럽 디자인을 공부하려 간 저자의 눈에 핀란드인들의 중고품 사랑은 낯설기만 했다. 핀란드인에게 ’왜 중고를 쓰냐?‘고 물어도 중고를 쓰는 게 일상인 그들은 특별한 대답을 들려주진 않았다. “돈이 별로 없어서 필요한 게 있으면 중고 가게에 먼저 갔어”라는 대답 정도가 돌아왔고, 중고품을 쓰는 게 일상이기 때문에 질문 자체를 신선하게 받아들일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핀란드에 정착하면서 찝찝함을 가득 안고 ‘재사용 센터‘, 즉 중고품 가게에서 세간을 장만했던 저자는 어느덧 이것이 핀란드의 문화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핀란드의 중고가게. /사진제공=헤이북스핀란드의 중고가게. /사진제공=헤이북스



신간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는 환경주의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요즘 대안적인 소비행위일 수 있는 핀란드인의 중고품 사랑을 통해 소비를 강요하는 한국 사회에 신선한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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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중고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없이 많고 종류도 다양한 중고 가게로 가득 차 있다. 두세 블록마다 하나씩 ‘끼르뿌또리(Kirpputori)’ 또는 ‘끼르삐스(Kirppis)’라고 불리는 중고가게가 자리잡고 있고, 기부형 중고가게부터 판매대행 중고가게, 빈티지 상점, 골동품 상점, 벼룩시장 등 다양한 중고가게들이 즐비하다. 중고 쇼핑은 핀란드의 소비문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 역시 마찬가지다. 의류 전문 중고가게 ‘우프(Uff)’는 젊은 ‘패피’들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인기다.

중고품만 입고 요즘은 2000년대 초반 스타일에 푹 빠졌다는 야네떼(25세) /사진제공=헬룩스중고품만 입고 요즘은 2000년대 초반 스타일에 푹 빠졌다는 야네떼(25세) /사진제공=헬룩스


에어 조던 농구 저지와 할아버지의 오래도니 무명 바지를 입고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은 일마리(18세). /사진제공=헬룩스에어 조던 농구 저지와 할아버지의 오래도니 무명 바지를 입고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은 일마리(18세). /사진제공=헬룩스


길거리에서 개성 있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올라오는 웹사이트 ‘헬룩스’에 소개된 젊은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우프’에서 구입한 듯한 옷으로 코디를 한 25살인 야네떼는 “중고옷만 입는데, 요즘은 2000년대 초반 스타일에 푹 빠졌다”고 하고, 18살 일마리는 “힙합 아티스트나 전 세계 다양한 문화에 영감을 받지만 브랜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핀란드인들이 얼마나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며 애착있는 중고품에서 의미를 찾는지를 보여주는 인터뷰는 소비와 정체성 그리고 자아가 얼마나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지 확인시켜준다. 1만6,8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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