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투 준비 태세’를 강조하며 이달 들어 광폭 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시작된 한반도 평화 국면 이후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 접경지에 있는 군부대를 시찰한 것은 매우 이례적 행보라는 평가다.
이는 연말 시한이 한 달여 남은 만큼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연말이라는 시간을 넘길 경우 비핵화 협상을 추진한 자신의 권위가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5일 김 위원장이 남북접경 지역인 창린도 방어부대를 비롯해 ‘서부전선’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해안포중대 포진지와 감시소를 찾아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동행한 총참모장에게 방어대의 전투력증강과 변경시킬 전투임무에 대한 과업을 주시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예고없이 찾아왔는데 모두가 경각성높이 전선경계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조국의 최전방이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싸움준비와 전투력강화가 곧 최대의 애국”이라며 “그 어떤 작전과 전투임무도 능히 감당해낼 수 있게 훈련을 과학적으로, 실용적으로, 실전의 맛이 나게 더욱 강도 높게 시켜 정치사상적으로나 육체기술적으로 철저히 준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병부대, 구분대들에서는 명포수운동의 불길을 계속 지펴올려야 한다”며 철저한 무기체계 점검과 기술관리를 통해 “임의의 단위가 임의의 시각에도 전투임무수행에 동원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또 “서남전선 외진 바닷가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제5492군부대관하 여성중대”도 시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여성중대원들의 병영관리 및 전투준비 태세를 꼼꼼히 점검하고 “그 어떤 목표라 해도 명중탄만을 날리는 명포수중대로 계속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들어 세 번째 군 관련 행보를 보이며 전투 준비태세를 점검한 것은 ‘연말 시한’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도 안갯속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부전선 최전방 지대를 방문한 것은 남한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보로 관측된다. 중앙통신도 창린도를 “전선(戰線)섬”, 그 방어대를 “조국의 전초선 섬방어대”로 칭했다.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 백령도 남동쪽에 위치한 섬이다. 지리적으로 북위 38도선 이남에 있어서 광복 직후 대한민국 영토였으나 6·25 전쟁 과정에서 남북 간 점령과 탈환전이 반복되다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에 인계됐다.